2025년 12월 27일(토)

흉기를 든 환자에게 도망쳤던 의사는 간호사가 걱정돼 다시 돌아왔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숨진 의사가 자신보다 간호사의 안전을 먼저 챙긴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박모(3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경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임세원(47) 교수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진료실에는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이에 임 교수는 박씨가 자신을 해치려 문을 잠그자 이 곳으로 바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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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간호사 등 밖에 있던 이들을 걱정한 임 교수는 다시 대피 공간을 박차고 나와 "빨리 피하라"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교수의 유가족은 "자기만 살려고 했다면 당하지 않았을 텐데, 간호사 안전을 챙기는 과정에서 제대로 피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계속 피하라고 알리고, 피했는지 확인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박씨는 이날 임교수의 마지막 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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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을 앓고 있던 박씨는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 수개월동안 병원에 발길을 끊었다가 이날 갑작스레 진료를 받으러 왔다.


이에 한 해의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임 교수는 오후 늦게까지 박씨의 진료를 봤다.


이처럼 환자를 마다하지 않고 돌보다 변을 당한 임 교수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임 교수는 우울증·불안장애 전문가로 자살 예방을 위해 힘써왔다.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교육인 '보고·듣고·말하기'를 고안해냈으며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저서 '죽고싶은 사람은 없다'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