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19년 동안 '6억' 넘게 기부한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돈상자 두고 사라졌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노송동 주민센터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몰래 나타나 따뜻함을 선물하고 홀연히 떠났다.


'천사'의 선행은 올해로 19년째 총 20차례 이어졌다. 기부 금액만 해도 6억이 넘는다.


27일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는 "오전 9시 7분쯤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라고 인사이트에 밝혔다.


40~50대 중년쯤 돼 보이는 남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주민센터 지하주차장 입구에 (상자가) 있고,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돼 주시기 바란다"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통화 내용에 따라 해당 장소로 나가보니 남성이 가리킨 곳에는 A4용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노송동 주민센터


상자 안에는 오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 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다. 상자 안에는 총 5,020만 1,950원과 천사가 남긴 편지로 보이는 A4용지가 함께 나왔다.


종이에는 "소년 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이 적혀 있었다.


천사는 손글씨를 남기면 신원이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 탓인지 매번 손글씨 메모를 남기지 않고 항상 컴퓨터로 인쇄된 메시지를 남긴다.


그는 지난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라며 58만 4천원이 든 돼지 저금통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씩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아 이른바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린다. 노송동 주민센터 측은 기부 시기와 전달 방식, 메시지 내용 등이 예년과 같은 점을 미루어 이 남성이 매년 찾아온 '얼굴 없는 천사'라고 보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노송동 주민센터


천사가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노송동 주민센터 옆에 놓고 간 돈은 총 5억 5,813만 8,710원.


이번에 놓고 간 돈 5,020만 1,950원을 합치면 올해로 19년째 총 20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온 성금은 총 6억 834만 660원에 달한다.


이 돈은 그동안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현금이나 쌀, 연탄 등 현물로 지원됐다.


천사가 보내준 이번 성금은 사랑의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19년째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의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