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여기 있으면 한국사회 바닥 본다"…'외상센터' 이국종 교수가 느낀 감정

인사이트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여기 외상센터에 있으면 한국 사회의 바닥을 본다고요..."


10시간여의 대수술을 마친 뒤, 힘겹게 인터뷰에 응한 이국종 교수가 남긴 말이다.


지난 20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생사를 오가는 중증외상환자들을 집중 담당하는 경기 남부 권역외상센터와 그 수장인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날 이국종 교수는 직접 헬기에 올라 갑자기 들이닥친 사고로 목숨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를 구조했다.


앞서 예정됐던 인터뷰를 부득이하게 미뤄야 하는 상황, 이 교수는 취재진을 향해 "수술 때문에 인터뷰가 늦어질 텐데 괜찮겠느냐"라며 양해를 구한 뒤 수술실로 급하게 들어갔다.


인사이트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수술은 10시간여가량 진행됐다. 수술을 마치고 다시 만난 취재진에 이 교수는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며 겪는 한국 의료계의 안타까운 부분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떤 게 문제냐'는 질문이다"라며 "그런데 그걸 한두 가지로 얘기할 수가 없다. 한두 가지를 해결한다고 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허술한 응급이송체계와 설비 등도 문제지만 의료진 부족, 고된 업무 강도 등도 문제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외상센터는 현재 주 52시간인 법정 근무제와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일주일에 70시간 근무를 넘기는 것은 예사도 아니라고.


24시간 현장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며, 같은 맥락에서 의사 한 명당 한 달에 당직을 7번은 해야 한다. 이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사이트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이 교수와 같은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김태아 외상의과 전문의 또한 "외상외과는 의사들이 정말 기피하는 과목이다. 약간 3D 직종으로 여겨진다"라며 "돈을 잘 버는 과가 아닌데, 일과 압력 등 스트레스는 굉장히 크다. 그래서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의는 이날도 새벽 3시 넘어서까지 휴대폰을 곁에 두고 혹시 모를 호출에 대기하며 근무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여기 외상센터에 있으면 한국 사회의 바닥을 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이런 게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는 분위기도 아니다. 의사들이 왜 목숨을 걸고 고생을 해야 하는지, 그런 거에 대해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24시간 환자의 생명을 구조하려 애쓰며 중증외상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오늘도 밤을 새우는 이국종 교수와 외상센터 의료진들.


이국종 교수의 절박한 외침이 표류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Naver TV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