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7일(일)

자폐 소년이 ‘3분 카레’를 훔친 이유

via 경찰청

 

"뛰는 게 세상에서 가장 좋아요"

 

어려운 형편으로 마라토너의 꿈을 접어야 했던 자폐 소년이 경찰관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게 된 사연이 알려져 주변을 뭉클하게 했다.

 

29일 경찰청 페이스북은 <소년이 삼시세끼 카레만 먹는 이유>라는 훈훈한 사연을 소개했다.

 

때는 작년 12월, 서귀포경찰서 강창훈 경위는 "편의점에서 누군가 '카레'를 훔쳐갔다"는 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강 경위는 조사 끝에 범인을 붙잡았다. 놀랍게도 카레 도둑은 자폐를 앓고 있던 한 얌전한 소년이었다.

 

소년의 부모는 "아이가 카레를 무척 좋아한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어릴 때부터 매끼를 거의 3분 카레만 먹다보니 이제는 카레만 먹는다"고 토로했다. 

 

via 경찰청

  

강 경위는 "자폐 아동들은 한 번들인 자기만의 습관을 버리기가 힘든데, 그게 소년에게는 카레였던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소년은 결국 훈방 조치돼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강 경위는 순찰을 도는 길에 가끔 소년을 찾곤 했다.

 

그 때마다 소년은 동네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소년은 발가락과 뒤꿈치는 상처로 성할 날이 없었지만 낡고 작은 신발을 신고 ​매일같이 뛰었다.

 

소년은 강 경위를 보며 "저는 쉼 없이 뛰고 싶어요. 뛰는 게 세상에서 가장 좋아요"라며 웃었다.

 

마음이 짠해진 강 경위는 소년을 도울 방법을 알아봤고 육상 전문 코치에게 강습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힘썼다.

 

강 경위는 "소년이 원했던 건 카레가 아니라 어른들의 관심, 그리고 '너도 할 수 있다'는 주변의 믿음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활짝 웃었다.

 

박다희 기자 dhpark@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