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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이해욱 빼닮아 '내리갑질' 벌이는 대림산업과 박상신 대표의 '숙제'

대림산업이 최근 실적 개선에 성공했음에도 하청업체 갑질로 인해 얼룩진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인사이트(좌) 대림산업, (우) 박상신 대림산업 대표 / 사진 = 고대현 기자, 대림산업


실적 향상에도 웃지 못하는 박상신 대표의 과제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주택경기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대림산업은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겉으로 보기에 '탄탄대로'를 달리는 모양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대림산업은 연결기준 매출액 2조 4,638억원, 영업이익 2,0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다소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특히,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78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5,459억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대림산업의 실적 상승 곡선이 명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9년 해외 수주 잔고 부족으로 매출이 역성장하더라도 하반기부터는 다시 플랜트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실적 개선을 달성해 업계에서 인정받아야 할 대림산업이지만 정작 건설부문을 맡고 있는 박상신 대림산업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실적 개선'의 목표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있기 때문. 지난 9월 검찰 등에 따르면 대림산업의 임직원들은 하청업체를 상대로 '갑질 횡포'를 부려 논란이 됐다.


갑의 위치 악용해 하청업체에 금품 6억원 요구한 대림산업 임직원들


내용은 가히 국내 굴지의 건설사에서 일어났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장, 현장소장 등으로 근무하던 임직원들이 현장에서 각종 편의를 봐주겠다는 명목으로 하청업체에 금품을 요구했던 것.


게다가 이 '협박'과도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중간 정산급을 미루거나 공사에 트집을 잡기도 했다. 


이쯤되면 운전기사에게 '갑질 횡포'를 부렸던 오너 이해욱 부회장의 만행을 그대로 빼닮은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일들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이어졌다. 대림산업의 임직원들은 그동안 하청업체 건설사 대표인 A씨에게서 총 6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명목도 꽤나 다양했다. 딸이 대학에 입학했다며 축하 선물로 4,600만원 상당의 BMW 차량을 요구하고, 아들의 결혼 축하금으로 2,000만원을 달라는 식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접대비도 떠넘겼다. 공사 발주처나 감독관을 접대하는 자리에 대뜸 하청업체 건설사의 대표나 임원을 불러 계산을 시켰다.


주로 유흥주점 계산이었는데, "본인들의 법인카드로 계산하면 걸린다"는 이유였다. 이 하청업체는 계속된 갑질에 이어 추가 공사비 100억 가량을 받지 못해 사실상 폐업상태에 들어갔다.


결국 잃을 게 없어진 하청업체가 고발을 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대림산업 전·현직 직원 9명을 관련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박상신 대림산업 대표는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도급 갑질에 대한 경영진의 잘못을 인정했으나 이미 무너진 이미지가 곧장 회복될 리 없다.


국정감사에서 "건설업계 중 유독 갑질로 유명하다" 질타받은 대림산업


하도급 갑질 문제 발생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내재하고 있다. 수주 중심으로 이익을 얻으려 하는 행태가 도리어 하청업체에 부담을 전가하게 되는 상황이다.


을(乙)인 하청업체는 갑(甲)인 대기업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회사의 존립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내 건설사 상위권 업체인 대림산업은 '갑 중의 갑'으로 꼽힌다.


공정위에 접수된 대림산업에 관련된 하도급 신고 건수는 올 한 해만 20건에 달한다. 이쯤 되니 대림산업이 유독 갑질 논란이 심하다는 말도 이해가 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누리꾼들에게도 대림산업의 이미지는 이미 '갑질'로 굳어져있다. 


이번 갑질 사태에 대해 누리꾼들은 "또 대림산업이냐"며 과거 운전기사 '갑질'로 논란이 됐던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4월 운전기사를 때리고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게 했다는 이해욱 부회장의 '갑질'이 그 부하 직원들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갑질'이 대림산업의 고유한(?) '문화'가 됐다는 말이다.


'갑질 기업'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지난 10월 1일, 박상신 대표는 뒤늦게 동반성장 전담팀을 신설하고 동반성장 간담회를 열어 일반 용역 계약 등에도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모습은 대부분의 기업이 갑질 사태에 대응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일단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고친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박상신 대표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 계속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갑질' 사태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척'만 하고 은근슬쩍 다시 사건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 문화를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 대림산업의 '갑질'이 멈출지도 의심스럽다. '갑'의 횡포는 점차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교묘하게 변형하거나 부당특약을 추가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지는 기업 '갑질'에 철퇴를 내리는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도 건설사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것 또한 현실. 아파트는 일상 생활에서 쉽게 구입하는 소비재가 아닌 탓이다.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박상신 대표의 다짐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실적 상승을 이뤄내더라도 박상신 대표가 2019년에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