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태봉고 학부모 “네팔에 우리 아이들이 있습니다” (전문)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경남 창원시 태봉고등학교 학생들이 대지진이 발생한 네팔에 이동학습을 떠난 것과 관련, 이 학교 학부모들이 현지에 머무는 자녀와 교사들의 무사귀환 대책을 정부에 호소했다.


창원 태봉고 2학년 학생 학부모들은 27일 '네팔에 우리 아이들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경남도교육청에 전달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먼 나라에 아이들을 보내놓고 듣는 대참사 소식에 부모들은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여진 우려가 상당히 높고 (아이들이 머무는)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가는 육로 안전성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고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학부모들에게는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며 "당국에서는 정확한 현지 정보와 상황을 신속히 알려주고 최대한 안전하고 빨리 귀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학부모들은 "정부는 정보력과 외교력,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우리 아이들과 교사들, 천여 명에 이른다는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이러한 학부모 호소문을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또 현지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는 안전대책 마련과 학생과 교사들의 조기 귀국을 위해 특별기를 투입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달라는 도교육청 차원의 공문도 보내기로 했다.

박노근 도교육청 홍보안전담당관은 "학생과 교사들이 머무는 포카라는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지에서 여진이 간간이 이어져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번주 귀국 항공편이 5월 1일뿐인 점을 고려해 조기 귀국 방안 및 현지 공항으로의 안전한 이동 등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봉고 2학년 학생 44명과 인솔교사 4명 등 48명은 지난 16일부터 5월 2일까지 네팔에서 이동학습을 진행하던 중 대지진 발생 소식을 듣고 비교적 안전지대인 포카라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여진이 이어지면서 포카라에도 진동이 계속된다는 소식을 일부 학생들이 알려오면서 학부모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2010년 문을 연 공립 태봉고는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로 학년별로 3개 학급씩 전교생 130여명이 재학 중이다. 

태봉고는 네팔 자매학교와 문화교류, 빈민학교 지원과 재능 기부, 봉사활동 등을 하는 네팔 이동학습을 6년째 진행하고 있다. 



<태봉고 학부모의 호소문 전문>

네팔에 우리 아이들이 있습니다

먼저 네팔 대지진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피해자들의 쾌유를 빕니다. 

복구를 위해 노력하는 네팔 정부와 국민들의 고통에 함께하며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특별히 6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자매학교 사라소와티 스쿨 학생들, 공동수업과 홈스테이 했던 베일러 학교 친구들과 그 가족들이 참사에서 무사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네팔에 우리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희 태봉고 2학년 44명과 선생님 4명은 지난 16일부터 네팔이동학습을 떠나 5월 2일 귀환예정이었습니다. 6년째 진행중인 네팔이동학습은 자매학교와 문화교류, 빈민학교 지원과 재능기부, 봉사활동 등을 통해 아이들이 영적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교육활동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25일 대지진으로 향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카트만두에서 약 200km 떨어진 포카라 지역에 대피중입니다. 즉시 귀국하려했으나 이동수단이 없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포카라 지역은 네팔에서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진동은 계속되고 있다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하늘이 도우셨는지, 대지진 이틀 전 일정에 따라 지진지역을 벗어났기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먼 나라에 아이들을 보내놓고 듣는 대참사 소식에 저희 부모들은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슴 졸이는 시간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통신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해 아이들의 휴대폰 몇 개로 부모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정도입니다.

아이들은 카트만두 국제공항에서 5월 1일 오후 1시 55분(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5시10분) 이륙예정입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여진 우려가 상당히 높고 6시간 30분 거리인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가는 육로의 안전성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지에서는 소형비행기를 이용한 이동도 검토하고 있다합니다만 5월 1일 항공기가 정상운행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외교당국과 국민안전처, 교육당국 등에 호소합니다.

저희들은 오직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가족의 품에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염원합니다.

저희들에게는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가 없습니다. 언론보도와 학교를 통해 듣는 단편적인 정보가 모두입니다. 네팔은 말 그대로 ‘국가비상사태’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 합니다. 

당국에서는 정확한 현지 정보와 상황을 저희들에게 신속히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최대한 안전하고 빨리 귀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 제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국가는 모든 정보력과 외교력,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 천 여 명에 달한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국가의 존재이유를 학부모들과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주십시오.
땅 끝까지 가서라도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길 호소합니다. 

2015.4.27.

창원 태봉고등학교 5기 학부모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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