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위해 출연했는데"...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나와 '쌍욕' 듣고 남몰래 우는 시어머니들

인사이트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설거지하는 건 여자가 해야지. 돈 안 버는 여자가 해야지!"


지난 11월 15일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는 오정태·백아영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오정태 어머니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방송에서 오정태 어머니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며느리 백아영에게 "(남편에게) 무엇을 원하냐. 설거지하고 청소해주는 걸 원하냐"고 물었다.


이어 "설거지하는 건 여자가 해야지. 돈 안 버는 여자가 해야지"라고 일갈했다.


방송이 끝나고 각종 SNS에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비난의 화살은 늘 그렇듯 '시어머니'인 오정태의 어머니에게 향했다.


인사이트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가족에게 지속되는 비판을 가장한 마녀사냥


프로그램명처럼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며느리의 시선을 대변한다. 그러니 방송에 출연하는 시어머니에 대한 비난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마녀사냥'에 불과하다. 비난의 화살이 오정태 어머니의 인격을 향하기 때문이다.


오정태 어머니는 일부 이해심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문제적 시어머니를 상징처럼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오정태 어머니를 통해 우리 사회에 숨은 일면을 보지 않는다. 단지 눈앞의 '이기적이고 아들만 생각하는 여성'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오정태 어머니처럼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시어머니 대부분이,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는 자녀를 위해 TV 출연을 결심했을 것이란 점이다.


인사이트하차를 선택한 김재욱 부부 /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나이가 지긋한 오정태 어머니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오가는 자신에 대한 욕설을 접하기도 어려울 터.


앞서 '악마의 편집' 희생양이었다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떠난 개그맨 김재욱 부부는 해당 방송의 이 같은 맹점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PD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을까.


정성후 CP는 인사이트와의 통화 인터뷰를 통해 "'다'를 가리키고 있는데 손가락을 가지고 욕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해당 방송은 막장이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그린다. 이를 도마 위에 얹어 불편하게 여겨질 뿐이다.


인사이트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정 CP는 "불편한 상황을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살아왔을 뿐"이라며 "'과연 우리가 젖어있는 가족문화가 당연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프로그램 의도를 밝혔다.


그는 악마의 편집도 전혀 없었다고 못을 박았다.


오정태 가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그는 "오정태 어머니께서는 그게 당연한 것으로 살아온 것이다. 어머니가 바뀌는 것도 좋고, 정태 씨 어머니와 비슷한 면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고쳐나가자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악플 문화와, (시청자가) 넓은 의도를 보지 않고 한 사람만 마녀사냥하는 것이 문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좋은 의도가 낳은 나쁜 결과, 해결책이 필요한 때


담당 PD의 말대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박해받는 이 시대 며느리들을 대변하고, 좀 더 나은 가족 문화를 만들기 위한 좋은 의도로 설계됐다.


인사이트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프로그램 소개란에 '결혼 이후 여성에게 보다 많은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 이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하게 꼬집어낼 신개념 리얼 관찰 프로그램'이라고 써놓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가 늘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마녀사냥처럼 느껴지는 시청자 반응은 오정태 어머니의 행동이 1차적 원인이지만, 방송을 송출한 이들에게도 도의적 책임이 있다.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반응을 먹고 산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의도가 어떻든, 일부 시청자는 이를 단순히 '시어머니 죽이기' 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다수의 시청자가 출연진에 대한 비난을 일삼고 있다면, 프로그램의 좋은 의도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시어머니 죽이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몰이해적인 시청자 반응에 대한 피드백과,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송 내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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