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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아버지 목욕 시켜드린 뒤 욕실에서 숨죽여 울었습니다"

누구보다 강한 듯 보이지만 많은 아버지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짐의 무게를 견디다 늙어간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아버지.


늘 묵묵히 가족의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존재. 누구보다 강한 듯 보이지만 많은 아버지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짐의 무게를 견디다 늙어간다.


A씨는 최근 이러한 아버지의 모습을 마주하고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달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중 오른손 2, 3, 4번째 손가락 끝마디를 절단당하는 사고를 겪었다.


의사는 치료한 손에 약 3달간 물이 닿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고, 아버지는 한 손으로만 씻고 있다고.


이처럼 불편함을 겪고 있는 아버지.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A씨는 주말에 본가에 내려갔다가 동생에게 부탁을 받게 됐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아빠 목욕 좀 시켜드려. 오빠한테 이야기하고 싶은데 눈치가 보이나 봐"


동생의 말을 들은 그는 곧바로 아버지를 찾아가 "목욕 좀 하시죠"라고 권유했다.


2번 정도 거절하던 아버지는 못 이기는 척 욕실로 들어갔고, 그렇게 나이 든 부자의 첫 목욕은 시작됐다.


머리를 감은 뒤 등과 엉덩이, 다리를 씻기며 본 아버지의 몸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언제 이렇게 늙으신 걸까. 온몸에 남은 주름과 고생한 흔적들. A씨는 차오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꾹 참고 목욕을 마친 그는 아버지를 먼저 욕실 밖으로 내보낸 후 샤워기 물을 틀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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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평생 강하실 줄 알았는데..."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 A씨는 왜 다치고 나서야 깨달았는지 밀려드는 자책감과 후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온 A씨에게 아버지는 "아주 개운하다. 기분이 좋다"고 말해 그를 더욱 죄스럽게 했다.


스스로를 못난 아들이라고 칭한 그는 "앞으로라도 잘하겠다"면서 "이제라도 늦지 않게 효도하겠다"는 다짐을 지난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전해 많은 이들을 울컥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