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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로 재에 갇힌 소녀는 이 사진을 찍고 '3시간' 뒤 세상을 떠났다

구조대원에게 "쉬고 오세요"라며 말할 정도로 밝았던 소녀는 그로부터 3일 뒤 하늘의 별이 됐다.

인사이트rarehistoricalphotos


[인사이트] 장형인 기자 = "원래 그저께 수학 시험을 봤어야 했는데, 못 봐서 걱정이에요"


온몸이 화산재에 묻힌 13살 소녀는 자신을 구하러 온 소방대원들에게 푸념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죽음이 가까워진 창백한 모습이었지만 소녀는 노래를 부르며 긍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제발 살려달라"는 울음 섞인 주변의 절규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구조대원에게 "쉬고 오세요"라며 말할 정도로 밝았던 소녀는 안타깝게도 얼마 뒤 하늘의 별이 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1985년 11월 13일 오후 9시 30분경, 콜롬비아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이 폭발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자연재해는 50km 떨어진 아르메로라는 도시 전체를 진흙과 화산재로 집어 삼켰다. 


현장을 비행했던 목격자들은 "아르메로 도시 전체가 사라졌다. 100여 채의 가옥만 앙상하게 남았을 뿐이다"며 "마치 최후의 날을 맞이한 듯 보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화산재가 7,890m까지 뿜어져 나오며 인근 랑구닐라강이 범람했으며, 이로 인해 아르메로에는 홍수까지 일어났다.


5만여 명의 시민 중 사망자는 2만 5천 명에 달했다. 위 소개한 소녀도 자연재해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인사이트rarehistoricalphotos


이 소녀의 이름은 오마이라 산체스였다. 당시 집에 있다가 피해를 입은 오마이라는 발이 콘크리트에 꽉 끼는 바름에 구조되지 못했다.


잠수사들은 소녀 오마이라가 구조되려면 다리를 절단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의사들은 소녀를 죽게 하는 것보다는 다리를 잘라 살리는 게 낫다며 절단 수술을 결정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소녀는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오마이라의 아빠와 고모는 집 안에서 이미 숨진 상태였다. 심지어 오마이라의 발밑에는 숨진 고모의 시신이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당시 화산 폭발 현장을 취재하러 왔던 한 프랑스 사진작가는 오마이라와 대화를 나눈 뒤 소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3시간 뒤 오마이라는 저체온증으로 결국 세상을 떠났다.


프랑스 기자는 오마이라와 대화를 나눈 뒤 이렇게 말했다.


"사진을 찍으며 전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소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죠"


기자가 촬영한 사진은 이후 세계보도사진전 올해의 사진상을 수상했으며, 오마이라의 죽음은 전 세계인에게 알려졌다.


오마이라는 현 시대에도 '아르메로 비극'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