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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수견' 24살 순돌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지난 21일 순돌이의 견주 심용희 수의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순돌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전했다.

인사이트Instargram 'vet_on_mars'


[인사이트] 김천 기자 = 국내에서 최장수 견으로 기록된 24세 순돌이가 눈을 감았다.


지난 21일 순돌이의 견주 심용희 수의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와 같은 소식을 전했다.


순돌이는 지난 1994년 처음 발견됐다. 당시 순돌이는 홍역에 걸려 누군가 유기한 상태였다.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순돌이는 홍역을 이겨냈다. 그리고 한 가정에 입양됐지만 산책 중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또 한 번 유기됐다.


동물병원 앞에 버려진 순돌이는 그렇게 병원에서 자연스럽게 가족이 됐다.


인사이트Instargram 'vet_on_mars'


하지만 순돌이는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이 악화됐다. 병원에서는 안락사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결국 지난 2006년 심 수의사는 자신의 집에 데려가기로 했다.


심 수의사는 순돌이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온 정성을 다해 돌봤다.


덕분에 순돌이는 지난 무지개다리를 건너기까지 큰 병 한번 없이 잘 지냈다. 그리고 지난 21일 새벽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심 수의사는 순돌이에게 편지를 남겼다. 그동안 자신과 함께해준 반려견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1분만 더'


다음은 뉴스1이 공개한 심 수의사의 편지 전문이다.


순돌아,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순돌아, 미안해. 아빠는 사실 우리 순돌이와 처음 만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해. 우리 순돌이는 아빠가 동물병원에서 일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강아지들 중에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아빠는 평생 11월 21일이라는 날짜를 기억하겠지? 별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순돌이가 하늘나라로 간 날이니까. 네가 떠난 오늘 새벽에 하늘도 슬픈지, 보슬비가 내리고 있더라.


우리 순돌이는 27세라는 국내 최고령견이라는 별명이 있지. 우리 순돌이가 건강한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순돌이 아빠인 내가 수의사라는 직업을 가졌다 해서 너무 자만했던 것 같아. 너를 보낼 준비를 오래전부터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빠는 오늘 너무 당황스럽고 마음이 아팠단다.


너의 동생들인 강아지 4마리와 고양이 2마리는 평소에도 네가 워낙 조용하고 의젓하게 지냈기 때문인지 네가 다른 곳으로 간 것을 모르는 것 같아. 방금 전에도 서로 안기겠다고 아우성을 치더구나.


혼자만 온전히 받아도 모자랐을 사랑을 오지랖 넓은 아빠 때문에 너무 많은 형제들과 나눠 갖게 해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우린 다들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만났잖아. 이해해 줄 거지?


어떤 사람들은 ‘고작 개가 죽었는데 유난을 떤다, 세상에 얼마나 불쌍하고 딱한 다른 사연들이 있는 줄 아냐’라고 말하는지도 몰라. 그래서 아빠는 내일이면 평상시와 같이 말하고 행동하고 웃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빠의 마음속에는 늘 순돌이가 있을 거야. 약속할게.


순돌아 고마워. 동물병원 수의사가 되겠다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에 올라와서 유난히도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에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외로워하던 아빠의 삶에서 우리 순돌이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어. 


아빠의 평생 꿈이었던 동물병원 수의사로서의 삶이 순탄치 않았을 때 너는 아빠가 살아갈 수 있게 한 유일한 안식처이자 버팀목이었단다.


늘 아침을 먹자마자 바로 낮잠에 드는 너였기에, 최근 몇 년 동안 아빠가 출근할 때 배웅을 해주지 못했는데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출근길 배웅해줘서 고마워. 


아빠의 늦은 퇴근까지 떠나지 않고 버티어 주다가 아빠 옆에서 하늘나라로 떠나줘서 정말 고마워. 


또 아빠가 지금까지 봐 온 무지개다리를 건넌 친구들 중 그 누구보다도 단정하고 온전한 모습을 끝까지 보여줘서 정말 고마워.


순돌아 사랑해. 아빠는 순돌이와 함께한 동안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늘 순돌이를 사랑할 거야. 순돌아 사랑하고 사랑한다.


- 비가 오고 온종일 흐렸던 2018년 11월 21일 새벽. 순돌이의 응석 많은 아빠이자 순돌이의 보호를 받으면 살았던 보호자가 순돌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