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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한전 땅 사는데 쓴 '10조'로 할 수 있었던 놀라운 일들

2014년 9월, 재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를 화들짝 놀라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던 한전 부지를 10조원에 매입했다는 뉴스였다.

인사이트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2014년 9월, 재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를 화들짝 놀라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서울 삼성동 부지 7만 9,342㎡(약 2만 4천평)를 10조 5,500억원(평당 4억 4천만원)에 매입한 것.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으로 불리던 한전 부지를 매입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결정에 당시 재계는 '통 큰 베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전 부지 7만 9,342㎡를 10조 5,500억원에 매입한 현대자동차그룹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 인수전에서 써낸 입찰가 10조 5,500억원은 당초 한전이 제시한 감정 가격 3조 3,346억원보다 무려 '세 배'나 많다. 장부가액(2조 73억원), 공시지가(1조 4,837억원)과 비교했을 때도 금액 차이는 컸다.


때문에 재계는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혁신'을 위해 과감을 결단을 내린 것으로 봤고, 현대차그룹도 "한전 부지에 105층(높이 569m)짜리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지어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Autostadt)'와 같은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인사이트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 뉴스1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꿈은 분명 원대했다. 그리고 이들의 꿈에 재계가 희망을 걸었다. 현대차그룹이 잘 돼야 국내 자동차 산업도 성장·발전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최근 현대자동차가 '어닝 쇼크'를 기록하는 등 현대차그룹 전체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자 일각에서는 "부지 매입 결정을 재고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4년이 지난 지금까지 GBC 건립이 착공조차 하지 못하면서 이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한전 부지 매입을 위해 사용된 '10조 5,500억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주목받고 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부지 매입 결정을 재고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


부지 매입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나왔던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정 회장은 10조 5,500억원으로 한전 부지를 매입하는 대신 최대 10개의 자동차 조립 공장 건립, 20여종의 새차 모델 개발, PSA 푸조 시트로엥과 같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 인수 등을 할 수 있었다.


실제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 건립에 쓴 돈은 1조 7천억원 정도이며, 기아차가 멕시코 공장을 건립하는 데 쓴 돈은 1조원 정도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10조 5,500억원으로 6~10개의 자동차 조립 공장을 건립할 수 있었다.


또 신형 제네시스 개발 비용이 5천억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10조 5,500억원으로 제네시스와 비슷한 차종 20여종을 개발할 수 있었다.


다른 완성차 기업에 비해 한참 뒤쳐지는 '연구 개발비(R&D)'도 늘릴 수 있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현대차그룹은 국내 완성차 기업 중에서는 연구 개발비 투자 규모가 가장 크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2015년 기준 연구 개발비 투자액(연간)은 폭스바겐 18조 9천억원, 도요타 11조 3,700억원, 다임러 9조 3,900억원, GM 9조 1,300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3조 7천억원으로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또 2013년~2015년 매출액 대비 연구 개발비 투자 비율도 폭스바겐(5.2%), GM(4.6%), 도요타(3.5%)에 못 미치는 2.5%에 불과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보유 주식(7조 8,543억원) 다 살 수 있어


이 때문에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땅 사는데 무려 10조를 사용하면서 다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성장 동력(공장 건립, 신차 개발, 연구 개발)을 잃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0조 5,500억원의 사용 용도를 현대차그룹과 관련된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과 연관했을 때에는 활용도는 더 무궁무진해진다.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보유 주식(7조 8,543억원)을 다 살 수 있다. 심지어 전체 주식 보유액 1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보유 주식(16조 6,121억원)도 건드릴 수 있다.


이밖에 담배(4,500원 기준)를 22억갑 정도 살 수 있으며, 소주는 85억병 이상, 아메리카노(스타벅스 기준)는 24억잔 이상 살 수 있다.


인사이트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 뉴스1


또 현금으로 나눠줄 경우 우리 국민(5천만명 기준)들에게 1인당 20만원씩 돌아간다.


이처럼 10조 5,500억원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 일을 '쉽게' 할 수 있는 엄청난 돈이었다.


인사이트GBC 조감도 / 사진 제공 = 서울시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GBC 건립


한편 정 회장의 '숙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GBC는 높이 569m, 지하 7층~지상 105층 규모로 105층 타워 1개 동과 35층짜리 숙박·업무 시설 1개동, 6~9층 전시 컨벤션 공연장용 건물 3개동 등 총 5개 건물로 구성된다.


공사비만 2조 5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건물 규모가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555m)를 웃도는 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수차례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해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은 기회 비용을 포함해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