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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가 대장내시경을 받다가 식물인간이 됐습니다"

60대 가장이 대장내시경을 받다가 식물인간이 됐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백년의 유산'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금방 다녀온다며 웃으며 병원을 간 아빠가 움직이지도, 앞을 못보는 '식물인간'이 됐습니다"


병원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식물인간이 된 남성의 가족들은 그 누구에게도 '사과' 한마디를 듣지 못했다.


언제나 아내와 딸을 위해 땀 흘리며 일하고, 보듬어주고 웃어주던 66살 가장이 쓰러지자 그 가족은 암담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현재까지 가족이 '행복'을 되찾을 방법은 없는 듯해 안타까움은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글 하나가 올라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당 글을 올린 A씨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난 날은 2014년 6월 16일. 지금(2018년 11월 18일)으로부터 4년이나 더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A씨는 2014년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빠는 동네 B 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아빠의 몸에는 '5cm'에 달하는 천공이 생겼다.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담당 의사는 다시 내시경을 진행했다.


응급조치가 필요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아빠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곳의 의사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저 대장내시경을 재시도할 뿐이었다.


결국 아빠의 심장은 멈춰버렸고, 4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산소공급을 받지 못한 아빠는 '식물인간'이 돼버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후 가정은 박살이 났다. 가족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아빠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엄마는 하루하루를 그저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


무엇보다 아빠를 담당한 의사들른 그 누구 하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A씨의 가족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법적 소송을 진행했다. 4년의 시간이 지난 뒤 서울북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김양호)는 "100% 의료진 책임. 평생 배상금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가족들은 "억울함을 풀었다"며 폭풍처럼 눈물 흘렸다. 그런다고 아빠가 온전히 회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벌을 받아야 할 이들이 벌을 받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해당 판결을 본 대한의사협회가 성명서를 발표하며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의료계의 모든 힘을 모으겠다"고 말한 뒤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인사이트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아빠의 사건은 서울북부지검에서 곧바로 서울남부지검으로 보내졌다. 그 후 재판은커녕 수사 진행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고 있다고 A씨는 전했다.


의사들도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고, 항소심 법원은 "재감정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대한의사협회의 성명서 발표 이후 모든 상황이 급변한 지금, A씨는 항소심(2심)에서 판결이 뒤바뀔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A씨는 "'100% 의료진 과실'이라고 판결 난 것이 어떻게 판결을 바꾸겠다는 의사들 발표 이후 '재감정'을 할 수 있느냐"면서 "약자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눈에 보이지도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엄마는 매일 아빠 병 수발드느라 많이 지쳤고, 건강도 안 좋아졌다"면서 "그런 엄마와 아빠를 보면 제 마음은 찢어진다"라고 호소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wkfy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나 A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슬퍼하고 있다. 아무 힘도 없을뿐더러 '너무 무섭기 때문'이라는 게 A씨의 말이다.


식물인간이 된 남성의 딸은 "가해자인 의사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면서 "검찰은 미루지 말고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 법원은 이해할 수 없는 재감정을 멈춰야 한다"고 외쳤다.


해당 사연이 모두 담긴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13일 올라온 뒤 현재까지 약 1만 6천명의 동의를 얻었다.


시민들은 억울함이 없도록 사건이 해결돼야 하고, 의사들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