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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아빠라는 사람이 제 생일날 끔찍하게도 제 눈앞에서 엄마를 해쳤습니다"
가장 행복해야 하는 생일날. 엄마를 잃은 15살 여학생은 국민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지난 1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구월동 살인사건에 세 자매 입니다(아빠의 심신미약 주장 반대)'라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자 A양에 따르면 A양의 아빠 B(47) 씨는 15년 동안 매일 A씨의 엄마를 폭행했다. 술을 사 오라고 시킨 뒤, 말을 듣지 않으면 주먹을 쓰기 일쑤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A양의 엄마는 매일 지옥 같은 삶을 살면서도 세 딸을 위해 이혼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던 중 참다못한 A양 자매가 엄마에게 이혼을 권유하면서 A양의 엄마는 용기를 내 이혼 소송을 진행했다.
이혼 소송과 함께 자연스럽게 시작된 부모님의 별거 생활. 엄마는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했다.
아빠가 보내주는 양육비는 오롯이 딸들의 학비로 충당했고, 그 외 생활비는 엄마가 일해서 번 돈으로 생활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왕가네 식구들'
이에 비좁은 월세방에서 4식구가 살면서 항상 부족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양은 이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매일 술을 먹고 와 행패를 부리는 아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행복은 얼마 가지 못했다.
B씨는 지난 7월 13일 아내가 사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딸들의 뒤를 밟았다. 그리고 아내를 발견하자 미리 준비해둔 흉기로 복부 등을 수차례 찔렀다.
A양의 엄마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아빠가 엄마를 죽인 그날은 A양의 생일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천국의 나무'
엄마를 무참히 살해한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최근 수감 중 정신감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15년 동안 나의 아빠였던 사람이지만 부디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벌이 줄어들지 않길 바란다"며 "지은 죄만큼 떠난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고통만큼 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엄마처럼 억울한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고 그 누구도 사랑하는 엄마를 잃는 가슴 아픈 일을 겪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이 청원은 오늘(11일) 오후 1시 기준 약 2천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