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군대 다녀온 우리, 양심 불량인가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의 의무 이행 거부는 '정당한 사유'이므로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13명 만장일치는 아니었고, 9명이 '형사 처벌 불가' 의견을 내면서 다수결로 결정됐다.
대법원판결은 '종결'을 의미하기에 병역의 의무 거부를 선언하는 이들을 처벌할 방법은 사라지게 됐다.

양심적 병역 거부가 '무죄'라 주장하는 시민들 / 사진=임경호 기자 kyungho@
이 판결을 환영하는 시민도 있지만, 대체로 상대적 박탈감이 들게 하는 판결이라는 의견이 훨씬 우세한 상황이다.
국가의 의무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양심을 우선한 판결이라는 환영의 목소리가 일부 있지만,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박탈감이 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것이다.
사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정말로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은 아니다. 헌법에 명시돼 있는 의무이기에 이행하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68년 전에 북한 군부가 그러했듯 언제 불시에 또다시 대한민국을 침공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내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내무 부조리, 소리소문없는 죽음, 비인간적 대우, 병에 걸려도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가지게 되는 질병 등 군대에는 수많은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가야 하는 곳이기에 다녀 왔고, 간 상태고, 곧 가야하는 이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대법원은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면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시민들 사이에는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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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3년 차인 직장인 S모(26)씨는 "지금은 군대를 다녀온 상태이기 때문에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문제이기는 하다"면서도 "'양심'이라는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게 소위 '빽'을 써서 군대를 빼는 것과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여성 직장인 P모(24)씨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법원이 조금 오버한 것 같다"면서 "의무라고 규정해놓고, 그렇게 쉽게 거부할 수 있다면 그 의무를 지킨 사람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장교 출신의 예비역 J모(32)씨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생겨났으니, 양심적 납세거부도 생겨날 것"이라면서 "양심 시리즈가 계속 생겨날 때 우리들은 어찌 대처해야할 지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대법원판결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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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유주의적 관점'이 가미됐기에 긍정적인 판결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예비군을 모두 끝낸 K모(29)씨는 "시민들을 옥죄던 국가 권력이 개인의 양심은 어찌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면서 "'자유'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기에 긍정적인 판결이라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공무원준비생 J모(26)씨는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명시돼 있고, 사람 본연이 가진 그 자유대로 행동하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제 하루라도 빨리 대체복무제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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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결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공통으로 대체복무제를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심'을 방패 삼아 의미 없는 병역 거부를 하지 못하도록, 그 양심의 값을 치를 수 있는 대체복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
대체로 살상용으로 만든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아픔 중 하나인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 그리고 모두가 꺼리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오수 처리장' 작업반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