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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5일, 저는 성폭행범에게 죽습니다"…청원 23만 명 넘었다

성폭력 피해자가 게재한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성폭력 피해자가 게재한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는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범죄 피해자의 집 주소와 주민번호 등을 가해자에게 보내는 법원을 막아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서 자신을 1995년생 여성이라고 밝힌 A씨는 3년 전인 2015년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당시 그는 가해자를 형사 고소 하는 한편 민사 소송도 진행해 지난해 징역 4년과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들개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다. 법원에서 A씨의 모든 인적 사항이 적인 판결문을 가해자에게 발송한 것이다.


판결문에는 그의 집 주소와 핸드폰 번호, 심지어는 주민등록번호까지 적혀 있었다고.


A씨가 항의하자 법원 측에서는 "민사 소송은 돈이 오가는 문제기 때문에 원·피고의 인적사항이 정확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알았다면 (민사 소송을) 안 했을 것"이라며 "무서운 마음에 핸드폰 번호를 열 번 넘게 바꾸고 개명까지 했다"고 호소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어 "하지만 이사 갈 형편은 안 된다"며 "저는 작년에 유서도 미리 써놨다"고 덧붙였다.


가해자가 출소 후 어떤 보복을 할지 모른다는 그는 "제가 다치면 괜찮은데 주변이 다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해당 청원은 31일 오후 현재 23만 9천여 명의 동의를 얻어 공식적으로 청와대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됐다.


한편 A씨는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는 2019년 8월 5일 보복 살해 당할 예정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청원 참여를 부탁했다.


다음은 A씨가 커뮤니티에 게재한 글 전문이다.


이제 1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2019년 8월 5일, 저는 저를 성폭행하고 감옥에 간 범인에게 보복 살해당할 예정입니다.


정말로 죽고 싶은 날들이 많아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제 왼쪽 팔뚝에 새겨진 문신 밑으로는, 제가 눈물을 흘리며 그었던 칼자국이 선명합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제 인생이 이렇지 않았습니다. 3년 전인 2015년 4월까지만 해도, 저는 꿈 많고 발랄했던 21살 여대생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용돈을 벌기 위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직원들끼리 모여 회식을 했고, 술자리를 갖게 됐습니다.


원래 술을 잘 마시지 못했지만 그날은 분위기가 좋아 어떤 의심과 경계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제하지 않고 술을 마셨습니다.


하지만 제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저보다 6살 많았던 남자 매니저가 저를 성폭행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정신을 차린 다음 날 아침에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사과는커녕 반성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웃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고소를 하게 됐고, 가해자는 구속돼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징역 4년. 제가 입었던 상처와 고통에는 손톱만큼도 미치지 못하는 가벼운 형량이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처벌을 내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가해자를 처벌하기까지 너무 힘들었습니다. 칼로 손목을 긋고, 입에 약을 한 움큼 털어 넣고.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편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랬던 저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의 희망을 찾았습니다. 이제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꿈이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가해자의 보복 걱정에 다시 죽고 싶어집니다. 가해자는 2019년 8월 4일 만기출소합니다.


너무 망상인 거 같다고요? 사서 걱정하는 것 같다고요?


가해자는 저의 집 주소, 주민번호, 전화번호를 모조리 알고 있습니다.


누가 알려줬냐고요? 바로 대한민국 법원이.


소송에서 제가 승소했지만, 판결문에는 제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가해자에게 전달된 판결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전 어떻게 살까요...


여러분, 제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근데 제가 왜 이런 두려움에 떨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