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8 뉴스'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일본서 돈이 나오면 논밭 사서 농사도 지으며 살자고 약속했는데 아내가 떠났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8) 할아버지는 아내 얘기가 나오자 끝내 고개를 떨궜다.
지난 30일 SBS '8 뉴스'는 이춘식 할아버지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해당 소송이 우리 법원에서 처음 시작된 건 지난 2005년이다.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 호강시켜주겠다고 약속한 부인은 이미 20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부인은 살아생전 "그 돈 받으면 나랑 같이 맛있는 거 사 먹고 삽시다"라고 말하곤 했다.
배상금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아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할아버지는 아내가 떠나기 전 맛있는 음식 하나 못 사줬다는 죄책감에 한없이 미안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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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함께 소송을 제기했던 강제징용 피해자 3명도 판결이 계속 미뤄지면서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
결국 13년 후 유일하게 생존한 이춘식 할아버지만 최종 판결을 들을 수 있었다.
앞서 할아버지는 인터뷰에서 "엊저녁에도 잠을 못 잤다"며 "(최종 재판에서) 승소를 못 하면 (이후) 나도 죽기 전에 결과를 받아야 할 텐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할아버지는 "대법에서 재판을 잘 해줘서 고맙다"면서도 "나 하나만 결과를 본 것은 마음이 안 좋다.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말해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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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토록 길고 긴 기다림 끝에 확정판결이 내려졌으나 이춘식 할아버지가 즉각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득하다.
국외 재산에 대해선 집행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배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신일철주금이 배상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기업의 국외 재산 강제 집행에 대해선 일본 법원이 개입된다.
국외 재산엔 우리 법원의 판결 효력이 미치지 못하며, 일본 법원을 통해 강제 집행 판결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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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일본 법원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이미 패소 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는 것.
이에 일본 법원이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집행 판결을 승인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신일철주금은 배상 판결이 확정 나자 "청구권 협정과 일본 정부의 견해에 반하는 판단이 나와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 정부의 대응 상황 등을 살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일본 기업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것은 극히 유감"이라며 "국제 재판을 포함해 여러 선택지를 두고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