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문 부수고 쳐들어와 "찢어 죽이겠다"는 남편 신고하자 경찰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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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아줌마, 좀 제대로 사세요. 저 아저씨 불쌍하고 좋은 분인데 왜 이런 일로 경찰까지 부르세요? 좀 잘하고 사세요"


시민의 안전과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한 여성의 가슴에 날아와 비수로 꽂혔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약 15년간 남편에게 끔찍한 폭행을 당해왔다는 여성 A씨. 그는 자신을 외면한 경찰 대신 직접 나서 피해사실을 눈물로 호소했다.


A씨는 남편 B씨에게 가정폭력을 당해 갈비뼈 2대 골절, 배후두부의 상처, 목 조름으로 인한 기절, 도자기 파편으로 긁힘 등 수도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런 와중에도 A씨는 아내, 며느리, 엄마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치매를 앓고 있던 시어머니 병수발은 물론이고 집안의 대소사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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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항상 당하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A씨는 용기를 내어 경찰을 부르고 수사기관에 신고도 해봤지만 그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경찰은 되려 가해자 말만 경청하고, 처벌 여부까지 임의로 조작했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별거 후 남편 B씨의 괴롭힘은 더욱 심해졌다.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며 폐쇄병동에 입원시키겠다는 협박을 들어야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찢어 죽이겠다"며 한밤중에 도어락을 때려 부수고 집으로 쳐들어오기까지 했다.


그때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인 A씨를 뒤로 하고, B씨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뒤 "제대로 좀 살라"며 아무 조치 없이 돌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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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남편 B씨는 경찰에게 A씨의 모든 상처가 자해로 인해 생긴 것이며 정신 이상으로 인한 '자작극'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것.


법 앞에서도 A씨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겨우 법의 심판을 받게 된 B씨에게 법원은 1심 2심 모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


A씨의 호소는 지난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가정폭력 대응 강력 규탄 기자회견'에서 세상에 드러났다.


한국여성의전화 외 690여 개 단체는 "도망치고, 이혼하고, 전화번호를 바꾸고, 개명하고, 이사해도 가해자의 추적과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며 강력 처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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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22일 가정폭력으로 인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일명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


숨진 여성은 결혼생활을 할 때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혼 후 계속해서 찾아오는 가해자의 눈을 피해 4년 동안 6번이나 이사를 했다. 


이때도 경찰은 가해자를 재범 위험이 있는 '고위험'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놨을 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고, 여성은 결국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무참히 살해됐다. 


대부분 가정폭력은 '집안일'이라며 강력한 저지를 하지 않을뿐더러 처벌 또한 힘들다. 피해자들이 '보복'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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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으로 입건된 가해자 가운데 구속되는 비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또한 긴급임시조치·접근금지 명령 등을 통해 피해자와 분리 조치가 되는 비율도 10%에 미치지 못했다. 이 마저도 위 '강서구 추자장 살인사건'과 같이 허점이 드러나는 상황.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 시선이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