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남자친구가 '깜짝 이벤트'라며 가정폭력으로 연끊은 아빠를 데려왔습니다"

인사이트tvN '나의 아저씨'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강남 한복판에서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 한 여성. 뺨을 맞는 것은 기본이고 머리채를 잡히거나 발에 수십번 밟혔다. 


그 뒤로 이 여성은 술을 좋아하고 폭력적이었던 아버지와 연을 끊고 지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어느날, 그녀는 아버지와 갑작스럽게 상봉 아닌 상봉을 하게 됐다. 그것도 남자친구의 깜짝 이벤트로.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사연이 게재돼 황당함을 자아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sBank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해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남성 B씨와 1년째 연애 중이다.


연애 초반 A씨는 남자친구 B씨에게 질문을 한가지 받았다. 왜 엄마와 여동생 이야기만 하고 아버지 이야기는 하지 않느냐는 것.


A씨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라곤 맞은 것 밖에 없다"며 자신의 아픈 과거를 어렵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결혼할 때도 아버지는 절대 부르지 않을 거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남자친구 B씨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자신이 당한 수모를 모두 털어놨는데도 B씨는 되려 "그래도 아버진데... 용서해야 되지 않냐"며 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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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잊을만하면 A씨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며 건강하시냐, 뭐 좋아하시냐 등등 안부를 물었다.


아버지의 '아'자만 들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A씨는 버럭 화를 냈고, B씨는 "너랑 아버지 사이를 꼭 풀어주고 싶어"라고 답했다.


당시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이 말은 곧 현실(?)이 됐다. 


이날(29일) B씨는 느닷없이 고급 일식집에서 저녁을 먹자고 A씨에게 제안했다. 둘 다 일식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의아했지만 A씨는 B씨의 의견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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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A씨는 일식집에 도착해 경악하고 말았다. A씨의 아버지와 남자친구 B씨가 마주 보고 앉아 있던 것. 


설상가상으로 B씨는 A씨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빨리 와서 앉아! 차 많이 막혔어?"라고 눈치 없이 물어왔다.


상상도 하기 싫었던 재회에 A씨는 그대로 뒤돌아 나와버렸고, 뒤쫓아 나오는 B씨를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알고 보니 올해 어버이날 B씨는 A씨의 엄마를 통해 A씨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주기적으로 안부를 물으며 연락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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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네가 내심 화해를 바란다고 생각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어떻게든 서로 얼굴 보게 해주고 싶었다" 등등 줄줄이 변명을 이어갔다.


A씨는 이별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아직 아빠 생각만 해도 공포스러운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벤트라고 말한 남자친구가 짜증나고 소름 끼친다"며 사연을 마무리 지었다.


가정폭력은 많은 트라우마를 안긴다. 당해본 적 없는 사람들은 쉽게 알 수 없는 아픔. 남자친구의 지나친 참견은 A씨를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한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으로 입건된 가해자 가운데 구속되는 비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또한 긴급임시조치·접근금지 명령 등을 통해 피해자와 분리 조치가 되는 비율도 10%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후속 조처가 없어 위험을 안긴다.


실제로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가해자는 가정폭력으로 신고 당해 이미 '고위험 가해자'로 분류됐던 여성의 남편.


이후 살해된 여성의 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한테 맞고 살다가 죽임까지 당했다며 사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