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화재로 손님들 죽어 나가는데 탈출 못 하게 막다 혼자만 도망친 호프집 주인

인사이트사건 당시 언론 보도 / MBC '뉴스데스크'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빨리 와요, 빨리 와요"


소방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어린 학생의 다급한 신고 전화였다.


전화는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년 전 오늘인 1999년 10월 30일. 토요일 오후 7시였다.


주말 저녁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인천 도심 한복판의 한 상가건물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고 내부 수리 중이었던 지하에서 시작된 화염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에 번졌다.


인사이트사건 당시 언론 보도 / MBC '뉴스데스크'


건물 2층에 위치한 호프집에는 당시 1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0대 학생들이 사고 당일 있었던 학교 가을 축제를 마치고 뒤풀이를 하기 위해 모인 터였다.


화재 발생 후 연기가 올라오자 학생들은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대피하려고 일어선 학생들의 앞을 호프집 주인이 가로막았다.


주인은 하나뿐인 출입문을 틀어막고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에 소리를 지르던 호프집 주인은 올라오는 불길에 기겁해 자신만 아는 비상구로 학생들을 내버려 둔 채 탈출했다.


인사이트사건 당시 언론 보도 / MBC '뉴스데스크'


이후 있지도 않은 비상구와 계단을 찾아 헤매던 학생들은 창문이라도 찾아 뛰어내리려고 했다. 창문마저 판자 등으로 덧대어 막힌 상태였다.


불길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도망가고 싶었던 학생들은 호프집 주방과 환풍구 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끝내 그 앞에서 겹겹이 뒤엉켜 쌓이기 시작했다.


소방차들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불길은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


그러나 이미 현장에 있던 학생 중 55명이 그 자리에서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발생한 부상자만 78명이었다.


"빨리 오라"고 외치던 어린 학생의 마지막 절규는 끝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