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대한민국은 뭐했냐"…동료 다 죽고 혼자 남은 98세 일제 '강제징용' 생존자의 분노

인사이트YTN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일본의 조선인 민족 말살 정책에 따라 수탈이 점점 심해졌던 1941년. 당시 17살이었던 이춘식 할아버지도 '희생양'이었다.


이 할아버지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일본행을 결심했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가 가게 된 곳은 하루 12시간 이상 메케한 석탄 먼지 속에서 철재를 나르는 곳이었다.


과거 신일본제철이자 현재 '신일철주금'이라는 회사로 유지되고 있는 대규모 제철 회사. 이곳에서 이 할아버지는 기술을 배우기는커녕 온갖 혹사를 다 당하고, 월급 한 푼 받지 못했다.


일본이 패망한 뒤에는 이미 폐허가 돼 약 3년간 일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 할아버지는 결국 빈손으로 한국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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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살았던 이 할아버지는 지난 2005년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낸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여운택, 신천수, 김규수 할아버지와 함께 원고 측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된 신일철주금 상대 소송 재판은 무려 13년 동안 이어졌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재판이 길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당시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가 강제 징용 재판에 개입한 것. 최근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이런 정황이 포착됐다.


우여곡절 끝에 정권이 바뀐 지난 7월에야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넘어가면서 최종 선고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사이 이 할아버지의 동료들은 결과를 보지 못하고 모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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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이 할아버지는 지난 27일 YTN과 만나 "이렇게 할 거면 재판 뭐 하려 해. 이렇게 할 거면 뭐하러 재판하느냐고. 안 주려고 못 받고 이럴 줄 알았으면 뭐하러 재판을 시작했겠냐 그 말이야"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믿었던 사법부가 해외 법관 파견 등 이익을 챙기려고 재판을 이용했다는 생각에 이 할아버지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판결문을 가지고 판결을 받았는데 대한민국에서 가부를 결정해줘야지"라고 호소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싸움.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신일철주금 상대 소송 당사자 이 할아버지는 오는 30일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