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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말하는 '중증외상의료'가 발전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한국 중증외상 의료 환경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인사이트YouTube '세바시 강연'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이국종 교수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환자를 살리는 데만 집중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카메라도 켜진 상황에서 이국종 교수는 분노어린 감정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외부와 교신하는 인터컴이 먹통을 일으키자 바닥으로 강하게 집어 던졌다.


언제나 냉정을 유지하는 이 교수에게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에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이 교수가 분노를 드러낸 이유는 무려 '8년' 동안 지원을 요청했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응급의료환경 때문이었다. 환자를 살리고 싶어도, 능력도 있는데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분노의 근본적인 이유였다.


Facebook '비디오머그 - VIDEO MUG'


그런 가운데, 과거 이 교수가 중증외상의료 환경이 발전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8월 이 교수는 서울 강남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에서 중증외상 의료가 발전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강연에 나선 이 교수는 "가난한 사람이 더 쉽게 다치고, 죽는다"라면서 "노동하는 사람들이 (더 위험하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인사이트YouTube '세바시 강연'


그러면서 이 교수는 자신이 돌봤던 환자의 직업이 담긴 표를 보여줬다. 그는 "여기 보세요. 여기 직업 중 끗발 날리는 직업이 있어요?"라면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직업들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중증외상환자 중에는 자신의 사회적 포지션을 과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서 "이런 분들은 길바닥에서 다치고, 죽어도 사회적 여론이 형성이 안 된다"고 말했다.


즉 위 사람들의 죽음에 시민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고, '중증외상'에 쉽게 노출됐는데도 변화를 촉구할 만한 힘이 없다는 것이다.


'고관대작'들도 겪는 암과 같은 병을 치료하는 환경은 나날이 좋아지지만, 영향력이 적은 사람들이 겪는 중증외상 의료 환경은 언제나 그대로라는 취지가 담긴 이야기였다.


인사이트YouTube '세바시 강연'


이 교수는 "높은 사람들은 좋은 병원에 가고, 병원장이 의료진에게 전화해 압박한다. 한국 사회는 그렇다.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라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 사회의 병폐를 정확하게 꼬집은 이 교수의 말은 많은 사람에게 '핵심'을 찔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우 동의한다", "너무나 핵심을 잘 찔렀다", "촌철살인이다"라는 반응이 튀어나왔다.


인사이트YouTube '세바시 강연'


세상을 놀라게 할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중증외상'이기에 이 교수의 발언에 사람들은 많이 공감했다.


시민들은 입법부는 말로만 지원한다고 이야기하지 말고 헌법에서 부여한 '입법권'을 행사하라고 입을 모으면서 올 연말 예산 편성에 지역 예산보다는 중증 의료에 예산을 편성하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