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제자 만나 기뻐했던 '치매' 선생님은 그날 저녁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인사이트KBS1 '주문을 잊은 음식점'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우리 제자가 왔구나" 세상 누구보다 반기던 선생님은 제자를 만난 그날 저녁,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지난달 KBS스페셜은 '주문을 잊은 음식점'이라는 제목으로 특집기획 프로그램 하나를 방영했다. 치매 환자들이 직접 음식점을 준비하고 영업에 나서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음식점은 다섯 치매인들에 의해 운영됐다. 이른바 '깜빡 5인방' 중 최인조(77)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중학교 교사였다. 영업 도중 최 할아버지는 서빙 일을 하다가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초임 시절 가르쳤던 잊지 못할 첫 제자로, 할아버지가 손수 정성스럽게 쓴 초대장을 받고 찾아온 것. 


인사이트KBS1 '주문을 잊은 음식점'


어느덧 제자 또한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남성이 됐다. 제자는 자신의 아들, 손자와 함께 가게를 찾았고 최 할아버지는 첫 제자의 손자에게 직접 주문을 받았다. 


이후 최 할아버지는 제자가 왔다고 여기저기에 자랑하며 "우리 제자가 똑똑했다, 반장이었다. 아들도 데리고 왔다"고 기뻐했다.


선생님과 학생은 그렇게 옛 추억에 빠져 한동안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제자가 사 온 과일 선물까지 받아들고, 최 할아버지는 "또 연락하자"며 포옹과 함께 훈훈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안타까운 장면은 그 이후 이어졌다. 영업이 끝난 후 제작진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는 제자의 방문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인사이트KBS1 '주문을 잊은 음식점'


"오늘 만난 손님 기억하냐"는 질문에 최 할아버지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누가 왔나? 제자가 온 건 아니죠? 그건 아니지?"라고 되물었다. 


이에 제작진은 "첫 제자가 방문했었다. 그분이 와서 굉장히 반가워하셨다"고 했다. 


"그렇겠지... 그렇지... 아 그렇구나. 그런데 그걸 또 기억을 못 하네. 내가 이제는 또..."


잔인한 병, 치매는 최근 일부터 서서히 잊히는 병이라고 한다. 치매 환자들이 3시간 전 먹은 음식은 기억하지 못해도 몇십 년 전 사건은 분명하게 기억하는 이유다. 최 할아버지도 그러했다.


소중한 사람과의 행복한 기억이 잊힌다는 것. 치매는 그런 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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