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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폭력 체험 앱을 켠 순간, 5분도 견디지 못하고 삭제버튼을 눌렀다

6일 기자는 사이버불링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사이버폭력 백신' 앱을 설치해 체험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8 뉴스'


[인사이트] 김천 기자 = 지난달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학생들이 온라인 공간에서의 집단 괴롭힘인 일명 '사이버불링'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이버불링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명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가한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 황폐화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실제 사이버불링을 당하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어느 정도일까.


6일 기자는 사이버불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사이버폭력 백신' 앱을 설치·실행했다.


인사이트사이버폭력 백신


앱을 실행하면 곧장 벨소리와 함께 '민지'라는 가명의 학생에게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자 학생은 다짜고짜 "야이X. 카톡 바로 안 보냐.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 두고 봐"하고 전화를 끊는다.


체험임을 알고 시작했지만 괜히 기분이 묘했다.


전화가 끊어진 이후엔 '지금부터 당신은 사이버폭력의 피해자가 됩니다'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체험자의 이름을 입력하는 칸이 나왔다.


인사이트사이버폭력 백신


기자는 이름을 적었다. 김천. 이름을 기재하자 휴대폰의 배경화면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의 휴대폰은 피해 학생의 휴대폰으로 바뀌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본격적인 사이버 폭력이 시작됐다.


휴대폰에는 바로 카카오톡 알람이 떴다.


알람에는 "돼지 같은 게 행동도 느리네", "대답 바로바로 안 하냐 김천", "아 X나 짜증 나려고 하네" 등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난무했다.


인사이트사이버폭력 백신


기자는 조심스레 카카오톡 앱을 눌렀다. 조금 전 전화했던 민지라는 학생이 다른 친구들을 초대했다. 그들은 단체로 비난했다. 뒤로 가기를 눌러 나가봤지만 메시지는 계속됐다.


그들은 "요즘 안 괴롭혀줬더니 미친X이 X나 나댐"이라면서 한동안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더니 "페이스북으로 옮겨가자"는 말과 함께 단체로 카카오톡 채팅방을 나갔다.


가상이었지만 불쾌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곧이어 페이스북에 댓글·공유 알람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기자의 굴욕적인 동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조롱과 비난의 댓글을 달았다.


인사이트사이버폭력 백신


사는 곳과 핸드폰 번호 등 개인 정보 공개도 서슴지 않았다.


문자 메시지도 쇄도했다. 발신자가 가려진 번호로는 페이스북을 보고 연락했다며 비난과 함께 조롱 섞인 문자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 와중에는 엄마에게서 온 연락도 있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결국 체험 시간 5분을 다 견디지 못하고 기자는 앱을 삭제했다. 


인사이트지난달 13일 사이버불링에 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A양이 받은 메시지 / SBS '8 뉴스'


직접 사이버불링을 당해보니 피해자가 받는 고통이 얼마나 막심한지 실감됐다. 실제로 당한다면 견딜 자신이 없을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컸다.


기자는 앱을 삭제하는 것으로 '사이버불링' 지옥에서 빠져나왔지만, 실제 이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끝나지 않는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이와 같이 큰 피해를 주는 사이버불링은 매년 피해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자 학생 1000명당 사이버 폭력을 당한 학생은 2.7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에는 1.7명, 2017년엔 1.8명이었다. 이에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이버폭력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