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선장 및 승무원들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 wsj.com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사고 6일째인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선장이 먼저 탈출한 것은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며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선장과 승무원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 적절했는지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를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이라는 해외언론과 국내 여론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온라인판은 “박근혜 대통령은 승무원들을 규탄할 자격이 있는가?(Was Park Right to Condemn Ferry Crew?”>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하며 박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월스트리트 저널은 “박 대통령은 정부가 이번 사고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선장과 승무원들을 공개석상에서 규탄하고 있다는 비판에 부딪쳤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19일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당시 조타실을 맡고 있던 승무원 2명은 현재 ‘급박한 위험상황에서는 승객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명시한 선원법 2장 11조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됐다. 인명구조조치를 다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승무원 4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이들은 모두 승객보다 먼저 퇴선한 이유에 대해서는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준석 선장은 “내가 운전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것”이라며 변명과 거짓말로 일관해 더욱 큰 분노를 사고 있다.
한 개인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지만, 그에 대한 법적 판단은 다르다. 이준석 선장 및 승무원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그에 따라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의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일부 해외 관측통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조사가 끝난 후 승무원들에 대한 형사소송절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증권분석가 다니엘 핑크스톤 역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나쁜 결정(Bad decicion)”이라며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말했는데, 그들이 피고로 법정에서 서면 어떻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관측대로, 아무리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대상이라 해도 그에 대한 조사와 판결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 대통령이 섣불리 ‘살인죄’를 운운한 것은 경솔한 발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분노와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었다고는 해도, 살인죄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엄연히 사법부의 일이다. 한국 전문가 에이단 포스터 카터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6·4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의식한 것인가?”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기사 하단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에게 ‘살인과도 같은 행태를 저질렀다’고 부를 권리가 있는가?(Was President Park right to call the actions of the captain and crew of the sunken passenger ferry ”tantamount to murder“?) 라는 제목의 간단한 여론조사를 붙여놓았다. 이 여론조사는 22일 오전 11시 40분 현재 ‘있다(Yes)’17.4%(98명) ‘없다(No)’ 82.6%(466명)의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여론도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