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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는 역사 속 '실존 인물'이었다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다 간, 유럽과 미국을 넘나들며 항일투쟁에 투신했던 독립운동가가 있다.

인사이트(좌) tvN '미스터 션샤인', (우)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미국은 일이 틀어지면 그를 조선인이라 할 테고, 조선은 일이 틀어지면 그를 미국인이라 할 테니 그는 그저 쓸쓸한 이방인입니다"


뜨거운 호평 속에 종영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검은 머리의 미국인인 유진 초이(이병헌 분).


조선 시대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난 유진은 가난과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미군 장교가 된다.


이후 미국 공사관의 영사대리로 조선에 돌아온 뒤 일제에 저항하는 고애신(김태리 분)과 사랑에 빠졌다 결국 항일운동에 투신한다.


이처럼 고귀하고 위대하고 그만큼 파란만장했던 유진의 삶이 실제 역사 속에 있었다.


인사이트tvN '미스터 션샤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인사였던 독립운동가 황기환은 미군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프랑스와 영국을 거쳐 조선의 독립운동에 투신한 인물이다.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황기환은 10대 소년이던 1904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낯선 땅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던 황기환은 1917년 미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과 동시에 지원병으로 입대해 유럽 전선에서 활약한다. 전쟁은 1918년 끝났다.


2년간 누빈 유럽 땅을 황기환은 떠나지 않는다. 훗날 임시정부 부주석이 되는 독립운동가 김규식을 만나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임시정부 파리위원부 서기장을 맡아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뛰어난 영어 실력에 서양 문화에 익숙한 태도, 미군 복무라는 희귀 경력을 가진 황기환은 임시정부에게는 너무나도 귀중한 인재였다.


황기환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황기환은 프랑스, 영국, 미국 등 1차 대전 승전국을 돌아다니며 대한독립의 당위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인사이트tvN '미스터 션샤인'


그뿐만 아니다. 일제를 피해 러시아를 거쳐 영국까지 흘러들어온 한인 노동자들이 일본으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하자 영국 정부를 설득해 막아냈다.


또 '미스터 션샤인' 마지막 회에 등장하기도 한 실존 인물 영국인 기자 프레데릭 아서 매켄지 등을 상대로 독립의 당위성을 끈질기게 알렸다. 


황기환을 만난 매켄지는 이후 의병 활동과 3·1운동 등을 꾸준히 취재했고 1920년에는 '한국의 독립운동'이라는 책까지 썼다.


한평생 유럽을 종횡무진 누비며 독립운동에 매진하다가 1923년, 40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미국 뉴욕에서 장렬히 산화한 황기환.


'미스터 션샤인' 속 유진은 사후 조선 땅에 묻힌다. "고귀하고 위대한 자, 소풍 같은 조선에 잠들다"라는 묘비명과 함께.


황기환의 묘지는 사후 80년이 지난 2008년에야 뉴욕의 한 공동묘지에서 발견됐다. 유해의 국내 송환은 아직도 어려운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