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홀로 '가짜' 독립운동가의 실체 밝혀낸 '진짜' 독립운동가 후손

인사이트SBS '궁금한 이야기 Y'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어떻게 그런 자료를 모으셨어요?"


가짜 독립운동가의 실체가 담긴 자료를 들고 온 한 남성에게 국가보훈처 직원이 한 말이다.


국가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가짜 독립운동가'의 진실을 밝혀낸 건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진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었다.


지난 1일 오마이뉴스는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 일가의 실태를 고발한 독립운동가 후손 김세걸씨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의과대학을 나와 중국에서 군의관 생활을 하던 김씨는 1988년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은 함자가 새겨진 묘비가 현충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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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아버지의 행적을 가로챈 가짜가 나타났다


김씨의 아버지는 독립운동가 김진성 선생으로, 김진성 선생은 사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곳에 묻혔다.


중국에 모신 아버지 유해가 현충원에 있다니.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씨는 보훈처에 연락해 사실 관계를 물었다. 보훈처는 "동명이인"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의문이 가시지 않은 김씨는 1993년 직접 한국으로 넘어와 현충원을 찾았다. '동명이인' 김진성의 묘비를 본 김씨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태어난 해와 숨진 해만 다를 뿐 독립운동한 행적이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았던 것. 심지어 '가짜' 김진성의 후손은 훈장과 연금까지 챙기고 있었다.


이에 김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진짜'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을 밝힐 증거들을 모았고 이를 보훈처에 제출했다. 1998년, 김씨의 노력으로 가짜 김진성의 묘지는 파묘됐고 연금지급도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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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독립운동가, 한명이 아니었다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던 이때, 김씨는 현충원 관리자로부터 더욱 황당한 이야기를 듣는다.


'가짜' 김진성 묘비에 차례를 지내러 오는 후손들이 또다른 묘비에도 인사를 한다는 것. 확인해보니 181번 자리에 '가짜' 김진성의 조카 김정수라는 독립운동가가 묻혀 있었다.


김정수 역시 가짜라는 촉이 온 김씨는 독립유공자 공훈록을 뒤져 김정수라는 사람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김정수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근거는 동아일보의 한 기사였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김정수'라는 이름은 없었다. 가장 비슷한 이름은 '김정범'이었다.


이를 보훈처에 확인하자 "김정수라는 사람이 이전에 김정범이라는 가명을 썼다"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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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놓고 있는 보훈처 대신 진실 밝히려 평생을 바친 후손


보훈처를 믿을 수 없었던 김씨는 그때부터 각종 사료를 뒤져 김정수가 독립운동가 김정범(1889~미상)과 완전히 다른 인물임을 밝혀냈다.


김정범이 활동 당시 가명을 썼다는 자료도 없었을뿐더러, 두 사람의 사진과 지문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김씨가 증명해낸 것이다. 


그 세월이 20년이었다. 확인 결과 이 가문은 무려 5명의 선조를 독립유공자로 등록해 각종 훈장과 연금을 받아 챙기고 있었다.


만약 김씨가 20년간 고군분투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이들은 국가유공자 행세를 하고 있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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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짜'는 '진짜'와 같은 땅에 묻혀 있다 


올해 8월 15일 김씨의 희생과 노력으로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를 비롯한 4명의 서훈이 취소됐다.


하지만 여전히 '가짜' 김정수는 현충원에 묻혀 있다. 우리가 기려야 할 '진짜'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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