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엄마와 자신을 번갈아 성폭행한 아빠 직접 살해한 여대생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강도가 들어서 우리 아버지를 칼로 찔렀어요!"


1992년 1월 17일 자정 무렵. 충북 충주시 한 가정집에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강도는 이미 달아난 상태였다.


아버지라는 중년의 남성은 여러 군데 칼에 찔린 채 피투성이가 돼 방에 쓰러져 있었다. 신고자는 당시 스무 살 대학생 딸이었다.


아버지와 달리 손끝 하나 다치지 않은 딸은 "아버지와 한방에서 자다가 강도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딸은 멀쩡한데, 아버지만 죽었다? 담당 경찰은 의문을 품는다. 다 큰 딸과 아버지가 한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잔다니. 거기다 알고 보니 사망한 아버지는 딸의 친부가 아닌 의붓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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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심쩍은 기분을 느낀 경찰관은 딸에게 슬쩍 이런 말을 던졌다고 한다. "방금 병원 응급실 가서 너희 아버지 봤는데, 살아있더라?" 딸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안 돼!!"


"다행이다"나 "하나님 감사합니다"가 아닌 "안 돼"였다. 스무 살 대학생 김보은 양은 그렇게 살인범으로 경찰에 체포된다.


그런데 무려 22명에 달하는 변호사가 살인범 김 양의 무죄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진해 나섰다. 대체 왜일까.


김 양이 9살일 때, 김 양의 친어머니가 재혼했다. 새아버지 김모 씨는 곧바로 어린 양딸을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강간은 12년 동안 이어진다.


강간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당시 김 양은 진술에서 "아버지는 친어머니와 나를 같이 눕혀놓고 번갈아 성행위를 하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짐승만도 못한 작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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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붓아버지의 직장은 검찰이었다. 김 양이 경찰에 아버지를 성폭행범으로 신고한 적도 있었다. 집으로 찾아온 경찰은 검찰 관계자인 의붓아버지를 보고 꾸벅 인사만 한 후 돌아갔다.


김 양과 어머니는 깊게 절망했다. 악마의 손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다고 느꼈다. 실제 이후 심리학자가 모녀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심리상태는 고대 노예와 똑같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 상태에서 시간은 속수무책으로 흘러간다. 김 양은 대학생이 됐고, CC(캠퍼스 커플) 남자친구도 생겼다. 이런 가운데 갈수록 의붓아버지 김씨의 집착은 더욱 심해졌다.


고통받던 김 양은 결국 남자친구 김진관(당시 21세) 군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감당하기 힘든 진실에 김 군은 군대에 입대하려고 입영 신청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직접 의붓아버지 김씨를 찾아가 교제를 허락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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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붓아버지는 "가만두지 않겠다. 둘 다 죽여버리겠다"며 오히려 겁박했고, 분노와 좌절, 오랜 고민 끝에 김 군은 결국 여자친구를 위해 의붓아버지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김 양과 김 군, 어린 연인은 함께 술에 취해 잠들어있던 의붓아버지이자 근친 강간범인 김씨를 살해한다.


사건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불러왔다. 여론은 김 양과 김 군을 향한 동정론으로 가득했다. 두 사람이 법정에서 한 말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어머니 다음으로 사랑하는 보은이가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을 알고도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느낄 때마다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_김진관


"저 때문에 진관이가... 제가 벌을 받을 테니 진관이를 선처해 주세요"_김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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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법원은 남자친구 김 군에게는 징역 5년을,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김 양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다음 해 두 사람은 특별사면 형식으로 감형받고 출소한다.


1994년 '성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에 큰 영향을 준 김보은 양 사건.


김 양은 당시 법정에서 다음과 같은 진술을 남긴다.


"구속된 후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지금까지 살아온 20년보다 훨씬 편안했습니다. 


밤이란 시간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더 이상 밤새도록 짐승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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