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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굳어지는 병 앓으면서도 '생명의 별' 알리려 3년 동안 책 집필한 과학자

우주 어딘가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루게릭병에 걸려 투병하면서도 집필을 이어간 과학자가 있다.

인사이트(좌) 책 표지, (우) 저자 아베 유타카 / 사진 제공 = 한빛비즈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밤 하늘을 보던 소년은 우주 어딘가에 지구와 같은 곳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어른이 되어 학생들에게 지구행성과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어서도 그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어 어른이 된 과학자는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에는 또 다른 목표도 있었다. 어린 시절 꿈을 갖도록 도움을 주신 어머니가 읽으실 수 있도록 대중서로 만드는 것.


인사이트꼼꼼하게 수식이 적혀 있는 아베의 친필 노트 / 마이니치신문


물론 작업은 쉽지 않았다. 양적 검토에서 필수적인 수식을 제외하고 쉬운 말로 푸는 것이 첫 번째 부담이었고 대학 수업을 하며 휴식시간에 틈틈이 써야하는 시간적 제약 또한 그의 발목을 잡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루게릭병이었다.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굳어지게 만드는 이 잔인한 질병은 팔과 손가락 근육 등도 점점 경직시켰다.


병 때문에 집필 활동에 필수적인 글쓰기 자체가 어려워졌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딸에게 도움 받는 것을 선택했다.


인사이트연구실에서 아내 아야코와 대화 중인 아베 유타카 / 마이니치신문


그가 입으로 책 내용을 말하면 딸이 글자를 입력했고 원고의 수정은 몸에 있는 센서를 통해 직접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조작해 진행했다.


장비 조작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익숙해지니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다.


그렇게 3년 후 우주에 지구와 같은 '생명의 별'이 있다는 사실을 연구한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바로 최근 출간된 대중과학서 '우주에도 우리처럼'의 저자 아베 유타카의 이야기다.


인사이트아베에게 출간된 책을 보여주는 소꿉친구인 스즈키 / 마이니치 신문


2003년 발병한 루게릭병을 견디며 집필에 힘썼던 아베는 올해 1월 1일 사망했다.


그는 더 이상 지구에 없다. 그러나 그가 밤 하늘을 보며 시작한 질문은 새로운 지구를 찾는 나침반으로 재탄생 했다.


생명체에 꼭 필요한 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시작해 5분만 없어도 사람을 죽게 만드는 산소가 만들어진 순서,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대륙이 생물에 끼치는 조건 등.


이러한 질문의 답은 앞으로 지구인들이 언젠가 이주해야 할지 모를 '생명의 별'을 찾고 거주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