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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아이를 살해한 홍순영은 사형 집행 전 유언 대신 울기만 했다

1990년 6월 25일 발생했던 곽재은 양 유괴 살해 사건을 전한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1990년 6월 25일. 장맛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여섯 살 딸아이를 위해 엄마는 예쁘게 이름을 적어넣은 우산을 챙겨주었다.


노란 우비를 입고 아이는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유치원에 갔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늦도록 보이지 않는 딸아이에 엄마는 유치원 선생님을 찾았고,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어머님이 하원 30분 전에 전화를 주셔서 아이를 먼저 보내 달라고 그러지 않으셨어요?"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 아이의 실명을 거론하며 엄마 행세를 했다는 젊은 여성은 24시간이 지난 그다음 날에는 아이의 부모님께 직접 전화를 걸었다.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돌려받고 싶으면 5천만원을 송금해라"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아이 목소리만이라도 들려달라는 엄마의 간절한 호소도 외면한 채 전화는 1분 만에 끊겼다. 


엄마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는 심정으로 범인이 부른 계좌에 돈을 입금했고 아이 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잠복근무에 나섰다.


이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다 체포된 유괴범은 뜻밖의 인물이었다.


이례적으로 23살의 젊은 여성이 범인이었던 곽재은 양 유괴 살해 사건은 1990년 서울 송파구에서 유치원에 등원했던 6살 곽재은 양이 유괴, 살해된 사건이다.


체포된 직후 여성은 자신을 붙잡은 형사들에 "공범이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앳된 얼굴을 한 어린 여성은 도저히 흉악하고 잔인한 유괴 범죄를 저지를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여성의 말을 믿은 경찰은 공범이 있다는 지하철역까지 여성과 함께 갔다. 이때 여성은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투신자살을 시도하다 찰과상만 입은 채 구조된다.


반면 유괴된 아이는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숙명여자대학교 한 건물의 물탱크 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공범은 없었다.


당시 23살의 범인 홍순영은 일반적인 범죄자와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사업을 하는 부모 밑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다만 허영심이 강한 성격이었다. 대학입시 실패 후 다른 친구들에게 지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4년간 학력을 위조, 가짜 숙명여대생 행세를 하며 지냈다. 


실제로 위조 학생증까지 가지고 다녔고 숙명여대 MT 등 각종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여할 만큼 철두철미했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부모에게는 가짜 합격통지서와 등록금 고지서를 내밀어 학비를 타냈다. 이같은 철저함 때문에 유괴사건 처음에는 숙명여대생이 범인이라는 오보가 나올 정도였다.


물론 한 사람의 거짓말이 모든 진실을 덮을 수는 없었다. 4년 동안 주위에서는 홍순영이 정말 숙대생인지 의심하는 시선이 강해졌다. 가짜 학생이라는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소문은 홍순영과 혼담이 오가고 있던 남자친구에게까지 들어갔다.


신뢰를 잃은 남자친구와 그 가족의 환심을 사기 위해 홍순영은 돈을 모을 결심을 한다. 그 방법으로 택한 것이 유괴였다.


범행 당일, 유치원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홍순영은 유치원의 우산꽂이에 달린 곽 양의 이름을 발견하고 범행대상을 선정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이후 허위전화로 피해 아동을 유치원에서 하원 시키고 집 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울며 애원하는 아이의 목을 졸라 잔인하게 살해했다. 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걸었을 때는 이미 곽 양을 살해한 뒤였다.


홍순영은 수사와 재판을 받는 내내 "제발 사형시켜달라"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유괴 살인은 사형이 원칙이었다. 홍순영 역시 사형 판결을 받고 사건 이듬해인 1991년 원하던 대로 사형 집행을 받았다. 24살의 나이였다.


사형집행 직전, 남길 유언이 있으면 말하라는 집행관들의 권유에도 홍순영의 반응은 하나였다. 울면서 고개를 젓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