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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업계 대부'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삼양라면을 만든 '따뜻한' 이유

국내 최초로 라면을 개발한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이야기가 재조명되며 눈길을 끈다.

인사이트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 / 사진 제공 = 삼양식품


[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간편 식품 '라면'. 우리네 입맛에 꼭 맞는 라면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은 누구일까.


최근 국내 최초로 라면을 개발한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꿀꿀이죽 먹는 서민들을 위해 식량 문제 해결을 고민하다


지난 2014년 별세한 전 명예회장은 수백여 종의 라면 중에서도 가장 인기 많은 '원조' 삼양라면의 창시자다.


전쟁이 끝나고 10년도 안 됐을 당시, 서민들은 '꿀꿀이 죽'을 먹으며 말 그대로 목숨을 연명했다.


인사이트1970년대 삼양식품 공장 내부 모습 / 사진 제공 = 삼양식품


바닥에 굴러다니던 상한 음식을 모두 섞어 되직하게 끓여낸 5원짜리 꿀꿀이죽. 이것 하나도 사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 명예회장은 남대문 시장에서 배곯는 서민들이 꿀꿀이 죽을 먹는 광경을 보고 식량문제 해결에 나서야겠다고 다짐했다.


일본까지 건너가 제조기술을 배워온 전 명예회장의 열정 


그는 번뜩 과거 일본에서 라면을 먹었던 경험을 떠올렸다. 밀가루 가락 반죽을 튀겨낸 라면은 맛있으면서도 조리가 간단해 보였다.


즉시 일본의 묘조식품을 찾아간 전 명예회장은 한 달가량 출근해 라면 제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했다.


뜬금없이 공장에 찾아와 라면 제조법을 가르쳐달라며 일하는 한국인 사내에게 쉬이 비법을 전수해주기는 어려웠을 터.


인사이트최초의 삼양라면 / 사진 제공 = 삼양식품


그러나 묘조식품은 전 명예회장의 열정에 감명받아 그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배합 비율을 알려줬다.


이윽고 1961년 기쁜 마음으로 삼양식품을 창업한 전 회장은 정부 관련 부처를 설득해 어렵게 5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지난 1963년 비로소 삼양라면이 출시됐다.


이때 삼양라면의 가격은 10원. 꿀꿀이죽 2개 정도 가격으로 가난한 서민들이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전 명예회장의 배려였다.


이후 삼양라면은 지난 1969년 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라면을 수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까지 세계 60여 개국에 삼양라면을 수출함으로써 세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사이트2000년대 삼양식품 원주 공장 전경 / 사진 제공 = 삼양식품


길거리 지나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만들어진 불닭볶음면, 삼양라면과 닮았다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 중인 불닭볶음면은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인 김정수 사장의 발상에서 나왔다.


명동 거리를 지나던 김 사장은 매운 찜닭 가게에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기똥차게 매운 라면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2,493억, 영업 이익 310억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길을 지나는 서민들의 발걸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은 전 명예회장이 처음 라면을 만들었을 때와 일맥상통한다.


결국 당대 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맛을 즐기는지 언제나 탐구하고 노력하는 삼양의 정신이 통한 셈. 삼양식품이 이 기세를 이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