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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작 스테프 애환 느껴져"···드라마 찍으러 갔다 10시간 대기한 이시언

그나마 배려 받는 연예인도 10시간 대기하는 등 드라마 촬영 현장의 열약함이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인사이트MBC '나 혼자 산다'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 받을 것 같은 '배우'란 직업.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OCN 새 드라마 '플레이어'에 '천재 해커' 역으로 합류하게 된 배우 이시언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배우가 겪는 애환, 고충에 대해 여실히 보여줘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100년 만의 폭염이 와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뻘뻘 났던 이번 여름, 이시언은 야외 촬영장에 도착해 긴 기다림에 들어갔다.


이시언은 팬이 특별히 제작해준 의자에 앉아 나름 우아(?)하게 스탠바이했지만, 땡볕에 앉아 언제 들어갈지 모르는 촬영을 기다리는 건 꽤 고통스러워 보였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 역시 이시언의 의자 등받이에 적힌 '대배우'가, 실상은 '대기배우'의 줄임말이라는 걸 '자막'에 넣어 깨알 웃음을 유발했다.


인사이트MBC '나 혼자 산다'


한낮에 촬영장에 도착한 이시언이 새벽까지 이어지는 촬영에서 지루한 기다림을 피하는 방법은 3가지였다.


그는 동료 송승헌과 시답잖은 수다를 떨며 놀거나, 잠시 차 안으로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래도 할 게 없을 땐 짬을 내 현장을 벗어나 '레고' 등을 사서 취미활동을 하기도 했다.


사실 무료함과 피로를 달래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기엔 무색할 만큼 평범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처우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무한 대기해야 하는 현장 스태프보다는 확실히 나아 보였다.


인사이트MBC '나 혼자 산다'


이시언 뒤로 비친 드라마 스태프의 모습은 '살인적인 노동'을 견디는 것처럼 보였다.


배우라서 배려를 받는 이시언과 달리 스태프들은 '전용 의자'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촬영을 속히 진행하려 애썼다.


현장을 총괄하는 감독 역시 머리 위에 얼음주머니를 얹어가며 촬영을 강행했다.


잠깐이지만,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던 이시언은 '자유로운' 편이었던 것이다.


인사이트MBC '나 혼자 산다'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장에 태풍 '솔릭'이 와 촬영이 전면 중단됐을 때, 이시언은 "찍다 못찍으면 더 힘든데... 문제는 (촬영을 끝내지 못할 경우) 여기를 또 와야 한다"고 푸념했다.


이시언은 최상의 연기 컨디션을 위해 피신한 뒤 "어쩔 때는 10분 어쩔 땐 10시간 (대기), 어쩔땐 집에 갔다 올 때도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태프들은 좌절할 시간도 없어 보였다.


스태프들은 내리는 비를 맞으며 무거운 장비가 망가지지 않도록 챙기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논했다.


사실 제작진이 배우보다 더 재촬영 하기 싫었을 것이다. 장비를 챙겨와 현장에 세팅까지 해야 하는 제작진에게는 부담이 2배, 3배 가중되기 때문이다.


인사이트MBC '나 혼자 산다'


최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의 볼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나 혼자 산다' 속 이시언의 모습보다, 그 주위 스태프의 고생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MBC '숨바꼭질' 스태프 중 한 명은 죽을 것 같은 근로시간을 견디다 못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측에 "폭염 속에 하루 평균 18시간 넘게 촬영에 내몰리고 있다. 이틀간 40시간 이상 촬영한 적도 있다"고 고발했다.


그는 지난 8월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드라마 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스태프 김아무개(30)씨의 모습에 '더 이상 침묵하면 안되겠다'고 용기를 낸 것처럼 보였다. 실제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스태프는 5일 동안 76시간이나 일해 '폭염 속 과로사'를 의심받은 바 있다.


주 52시간, 나라에서 300인 이상 방송사에 권장하는 근무 시간이다. 하지만 반발이 심한 만큼 정부는 방송사에 1년의 유예 기간을 주고 주 68시간 근무에 돌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주 68시간 근무조차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아 1년 뒤 정말 바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젊은 스태프의 목숨을 갈아 만든 소름 끼치는 드라마를 보고 웃을 '사이코패스'같은 시청자는 없다. 어린 친구들의 임금·노동 착취만 일삼는 '나쁜' 방송사 프로그램을 소비할 우매한 시청자도 더 이상 없다.


방송사 측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기적인 행태가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불매 운동'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두려워해야 겠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드라마 제작현장의 촬영스케줄을 공개하며 정부 및 방송사·제작사에 즉각적인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