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gettyimagesBank, (우) KBS '뉴스 9'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검사도 알고 있었어요 다들. 우리가 맞고 쟤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뒤집으려니까 힘들었겠죠"
진범이 진실을 밝혔음에도 세 명에게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검사는 죄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 29일 KBS '뉴스 9'에서는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반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건 재조사 문제를 다뤘다.
올해 4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으로 지목해 대검찰청에 정식 조사를 권고했다.
KBS '뉴스 9'
수사 당시 검사에게 진범을 밝히려는 의지가 있었는지나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묻는 조사였다.
지난 27일 과거사위원회에 보고된 결과는 피해자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했다.
기소는 잘못됐지만 고의가 아니어서 사건을 지휘했던 최모 전 검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인 강인구 씨는 "진상조사단 조사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억울한 사람들 도와주는 건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KBS '뉴스 9'
재심 변호인의 설득으로 진실을 자백한 사건의 진범 이씨 또한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씨는 "많은 걸 준비하고 얘기할 걸 준비해 갔는데, 물어볼 건 안 물어보고 엉뚱한 대답만 원하더라고요. (조사단이) 의지가 없는데 내가 뭐하러 그런 얘기를 (하겠어요)"라고 조사 상황을 설명했다.
범인을 알고도 모른 척했던 검사에 대한 질문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최 전 검사의 해명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KBS '뉴스 9'
이번 조사 결과에 과거사위원회는 "재심으로 무죄가 나왔는데 검사 책임이 없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완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9년 2월 새벽 나라슈퍼에서 3인조 강도가 들어 70대 노인 한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9일 만에 용의자 3명이 붙잡혔지만 세 명의 용의자 중 10대 두 사람은 지적 장애가 있었다.
이 중 당시 19살이던 강인구 씨는 글을 잘 못 써 경찰이 쓴 진술서를 따라 썼을 정도.
KBS '뉴스 9'
사건 발생 5년 후인 1999년 11월 부산에서 진범이 검거돼 범행을 자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범 이씨의 자백은 묵살당했다.
만기 출소한 세 사람은 2015년 억울함을 풀고자 재심에 나섰다.
재심 변호사는 진범을 찾아내 설득하고 죄책감에 용기를 낸 진범의 자백에 힘입어 사건이 일어난 지 17년 만에야 이들은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