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혈세 '1조 3천억' 퍼부은 석유사업에서 기름 1방울도 못받은 이명박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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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반도 '유전'은 꿈의 사업 중 하나였다.


2008년, 이명박 정부도 같은 생각이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를 만나 유전사업에 투자한다.


MB의 자원외교 1호로도 불린 이 사업에는 혈세 1조 3천억원이 들어갔다.


올해 8월이면 쿠르드 유전사업도 모두 끝이 난다. 그렇다면 10년간 이어진 석유사업에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인사이트SBS '8시 뉴스'


지난 26일 SBS '8시 뉴스' 탐사보도팀은 MB자원외교 1호 사업인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업'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한국석유공사는 MB 청와대의 기조에 따라 2008년 11월 쿠르드 자치정부와 정식 계약을 맺고 SOC(사회간접자본) 건설비와 광구 탐사비용 등으로 1조 3천억원을 투자했다.


공사비를 떠안는 대신 쿠르드 내 탐사광구 8곳의 지분을 확보해 원유를 뽑아간다는 게 해당 계약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석유공사가 투자한 광구 8곳 중 4곳에선 아예 석유가 나오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인사이트SBS '8시 뉴스'


단 1곳, 이라크 하울러 탐사광구에서만 석유를 생산 중인데 1조 넘게 투자했지만 10년간 우리에게 남은 건 6백만 달러(한화 약 67억)뿐이다.


심지어 생산한 원유는 단 한 방울도 한국으로 가져오지 못했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법적 통제권을 주장하면서 쿠르드 자치정부의 석유수출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쿠르드에 묻힌 파이프관을 잠가버리면 사실상 기름 유출은 어렵다고 봐야한다.


인사이트SBS '8시 뉴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쿠르드 정부는 석유가 나오는 생산광구의 지분을 석유공사에게 넘겨주기로 약속했다. 보장받은 원유는 3천 480만배럴 규모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원치 않아 보인다. 약속한 발전소, 변전소 등이 모두 완공됐지만 석유 공사는 보장된 원유를 받지 못했다.


결국 가능성만 믿고 투자한 1조 3천억원을 통째로 날린 셈. 만약 보장원유 3천 480만배럴을 받지 못하면 석유공사는 이를 고스란히 손실 처리해야 한다.


인사이트SBS '8시 뉴스'


더 큰 문제는 석유공사와 MB 외교부가 위험성을 알고도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SBS가 입수한 정부 내부 문서에는 "이라크 정부가 승인하지 않으면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이나 정부 차원의 지급 보증은 곤란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문서는 2008년 8월 외교통상부가 주이라크 대사에게 비밀리로 보낸 것이다.


MB정부도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계약만으로는 석유 수급이 어렵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인사이트SBS '8시 뉴스'


이번 사안과 관련, 석유공사는 "보장 원유를 받는 협상이 진행 중이나 비밀 협상이기 때문에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석유공사가 이미 변전소, 발전소 등 SOC 건설을 마친 상황에서 쿠르드 정부가 '모르쇠'하면 사실상 받아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1조 3천억원이 투자됐지만 수중에 남은 거라곤 '3천 480만배럴 원유를 주겠다'는 약속 어음뿐.


혈세가 들어간 만큼 석유사업 투자 단계부터 진행과정까지 면밀히 따져 책임자를 가려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