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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고객' 대응법 매뉴얼로 만들어 직원들에게 선물한 롯데백화점 사장님

감정 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롯데백화점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감정 노동자들에게 강요되어왔던 말.


"손님은 왕이다"


하지만 손님도 손님 나름, 왕도 왕 나름이다. 감정 노동자들을 향한 고객들의 '갑질'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용인시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40대 여성 고객이 판매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 등 '갑질'을 일삼는 영상이 온라인과 SNS에 공개돼 논란이 됐다.


인사이트용인 A백화점 고객 갑질 당시 영상 캡처 / 온라인 커뮤니티


이와 함께 판매직 감정 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화점 등 유통 업체 판매직 감정 노동자들은 백화점이 아닌 입점 브랜드 매장과 고용 계약을 맺은 협력 업체 소속인 경우가 많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가 없다.


쉽게 말해 고객이 폭언과 폭행 등 몰상식한 갑질을 일삼아도 어디에도 호소하지 못한 채 홀로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객 상담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롯데백화점이 나섰다. 감정노동자 보호와 현장 직원들의 고객 응대 업무를 돕기 위해 대고객 매뉴얼인 '존중 받을 용기'를 제작한 것.


인사이트사진 제공 = 롯데백화점


23일 롯데백화점은 오는 24일 롯데백화점 전점의 고객 상담실에 고객 응대 매뉴얼 '존중 받을 용기'를 배치한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감정 노동자에 대한 사회 이슈에 대한 선제 대응과 현장에서 고객과 문제 발생 시 대응 방법이 명시된 고객 응대 업무 매뉴얼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책자를 발간했다.


국내 대부분의 유통 기업들은 고객 응대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고객들의 쇼핑을 위한 편의, 혜택 등을 위주로 한 지침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의 무리한 요구 등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한 매뉴얼을 보유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특히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직원들의 경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그 어떤 사업군보다 더욱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서비스직 종사자'라는 특성 때문에 고객의 지나친 요구나 폭언, 폭행 등 몰상식한 갑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bank


더욱이 최근 감정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이슈로 '감정 노동자 보호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10월 시행을 앞두게 됨에 따라 고객과의 문제 발생 시 대처 방안 등이 주목을 받았고, 롯데백화점은 그 일환으로 이번 매뉴얼을 제작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고객 응대 매뉴얼 '존중 받을 용기'을 제작하는 동안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먼저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전점의 고객 상담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객과의 상담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받았고, 법률적인 해석도 담기 위해 롯데백화점 법무팀 및 한국감정노동인증원 외 외부 기관들의 의견을 받아 검수 작업도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고객 응대 매뉴얼인 '존중 받을 용기'는 지난 15일부터 수도권 점포를 중심으로 배치가 됐으며, 시범 운영을 마치고 24일 전점 고객 상담실에 배치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bank


'존중 받을 용기'는 '악성 컴플레인 제기 고객'을 뜻하는 'ECC(Extra Care Customer·특별 관심 고객)를 정의하는 판단 기준과 그 유형에 대해 작성돼 선입견을 배제한 고객 판단 기준을 확립했으며, 이런 고객들에 대한 '응대 방법', '응대 테크닉' 그리고 '상황별 참고 법령'으로 구성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매장에서 기물 파손, 폭언, 성희롱 등 폭력적 행위를 하며 영업 방해'를 하는 고객은 '과도성'과 '비윤리성'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해당 ECC에 대해서는 1) 고객 진정, 2) 중지 요청 3) 경고 4) 응대 종료 및 경찰 신고 등의 응대 테크닉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bank


롯데백화점은 오는 9월까지 점별 고객 상담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진행해 책자에 대한 매뉴얼 숙지 과정을 도울 예정이며 향후 고객 응대 매뉴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협력 업체 및 중소 파트너사에게 관련 매뉴얼 제작 과정 및 내용에 대해서 도움을 줄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최용 서비스전략 팀장은 "서비스직 최전선인 유통 업체 특성상 정확한 응대 지침을 통한 직원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매뉴얼을 시작으로 직원들의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응 방법에 대해 지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