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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환자가 주사기 뺏어 찔러도 참아야 하는 간호사입니다"

임신 중이었던 간호사는 주삿바늘에 찔리는 동안에도 배만 감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인사이트Youtube '간소한 하루'


[인사이트] 김천 기자 = 주사기를 뺏어 자신을 찔러대는 환자의 폭행에도 임신 중이었던 간호사는 손으로 배를 가린 채 고통을 견뎌내야만 했다.


지난달 21일 유튜브 '간소한 하루'에는 "폭언, 폭행, 성희롱 뿌리 뽑아야죠"라는 제목의 한 영상이 올라왔다.


올해로 22년 차 간호사로 근무하는 임연규 씨는 환자에게 폭행 당한 경험을 영상에 털어놨다.


그녀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환자의 주사 부위를 확인하고 알콤솜으로 닦았다. 그리고선 주사를 위해 바늘을 꽂았다.


그 순간 환자의 태도가 돌변했다. 환자는 연규 씨가 들고 있는 주사기를 가로채 그녀를 향해 휘둘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임신 중이었던 그는 주삿바늘에 찔리는 와중에도 아이를 위해 배만 안 찔리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환자의 폭행에 고스란히 노출된 연규 씨는 보호사가 올 때까지 계속 폭행을 당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경험은 비단 연규 씨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25년 차 간호사 석주연 씨는 환자에게 폭행을 당해 고막이 파열됐다. 다른 간호사는 투석 치료 중에 환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아이의 소변을 간호사에게 뿌리는 걸 목격한 간호사도 있다.


그들은 환자들에게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을 당하고서도 끝까지 환자를 치료하고 희생해야 했다.


보호받을 곳은 없었다. 병원은 환자와 피해 간호사를 분리를 시켜야 함에도 인사이동을 핑계로 간호사들을 방치했다. 사건 경위를 조사한다 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인사이트Youtube '간소한 하루'


상급자에게 보고해도 "환자인데 별 수 있냐"며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되레 환자에게 사과하라는 경우도 있었다.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8 보건의료노동자의 폭언, 폭행, 성폭력 경험 실태조사' 결에 따르면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의료노동자는 전체 응답자 중 69%로 나타났다. 근무 중에 폭행을 당한 이들은 11%, 성폭력을 경험한 이들은 13%에 달했다.


그러나 환자들의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눈 감아버리는 병원의 조치에 의료노동자 대부분이 참고 넘겼다고 답했다.


의료계는 의료 노동자의 안전이 곧 환자와 국민의 안전으로 연결되고 의료 노동자의 행복이 환자와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이 존중되어야 환자에게 수준 높은 질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YouTube '간소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