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뇌 병변 앓는 아빠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실종됐습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A씨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뇌 병변 등 정신 지체를 앓는 60대 노인이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실종돼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뇌 병변 장애 1급 등 정신 지체를 가진 정두식(69)씨는 집을 나서 근처 볼링장을 찾았다.


평소에도 오전에 외출해 저녁 7~10시 사이면 귀가하던 아버지였기에 아들 A씨와 딸 B씨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이날 따라 아버지의 귀가 시간이 늦어졌고, 걱정이 된 A씨는 집을 나서 아버지가 평소에 자주 머물던 장소를 찾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버지가 평소 들고 다니던 가방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한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뒤 집 주변을 뒤졌지만 아버지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진행된 경찰 수색에서도 뚜렷한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사이트마지막으로 정씨가 포착된 CCTV 화면 / 사진 제공 = A씨


그러던 31일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아버지가 사라진 날 볼링장에서 물건을 훔쳤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정씨는 근처 지구대를 거쳐 인천서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날 오후 2시 50분경 경찰서에서 나온 뒤 실종됐다. 경찰서에서 집은 차로 20분이 소요될 정도로 꽤 먼 거리라고.


장애를 가진 정씨는 집을 찾아오지 못해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인사이트에 "조사를 끝낸 경찰이 아버지를 혼자 귀가시켰다"며 "누가 봐도 정상인처럼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이 무더위에 혼자 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전했다.


이어 "경찰은 '절차대로 했다'고 하더라"라며 "행색도 말끔하고 집에 갈 수 있다고 대답도 했다는데 아버지는 말도 제대로 못 하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는 A씨 주장에 대한 경찰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정씨를 조사한 팀 관계자가 모두 휴무일이라는 대답을 받았다.


또 정씨의 수색을 담당하는 실종수사팀 관계자는 "당사자가 아니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CCTV에 포착된 정씨는 인천 계산동 공촌사거리에서 계산역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마른 체형에 걸을 때 어깨를 들썩인다. 어눌한 말투도 단서다.


청바지, 회색 망사조끼를 입은 정씨를 본 사람은 담당 경찰서로 전화해 제보하면 된다.


역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서 헤매고 있을 정씨와 아버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들이 있으니 장난 전화는 삼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