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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기본 권한'마저 짓밟는 한국, 외국인 감독 데려올 자격 없다"

선수 발탁이라는 감독 권한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축구팬들이 한국 축구를 멍들게 하고 있다.

인사이트김학범 감독 / 뉴스1


[인사이트] 석태진 기자 =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명단이 거센 후폭풍을 불러왔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30분께 김학범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남자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이승우, 송범근,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등 한국 축구의 미래로 손꼽히고 있는 선수들과 함께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손흥민, 조현우와 J리그 감바 오사카 소속의 황의조가 와일드카드로 이름을 올렸다.


인사이트황의조 / Facebook 'GambaOsakaOfficial'


명단 발표 이후 김학범 감독은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고 그 중심에는 황의조가 있었다.


일부 축구팬들은 연세대학교 출신의 황의조가 대한축구협회와 학연으로 연결돼있다고 주장하며 선수 발탁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김 감독이 성남 FC 재직 당시 황의조를 직접 지도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심지어 한 정치인은 자신의 SNS에 "공격수가 넘치는 마당에 황의조? 와일드카드를 낭비했다. 인맥축구는 계속된다"며 강한 비판의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인사이트유재호 성남시의원 / Facebook 'glomadz'


뿐만 아니라 이강인과 백승호 등 스페인 3부 리그 선수들을 뽑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항도 시작하지 않은 김학범호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의 선택에는 명확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


손흥민, 이승우 그리고 발탁되지 않은 석현준 등 유럽파 선수들의 합류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에는 확실한 공격수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 시즌 21경기에서 12골을 터트리며 J리그를 폭격 중인 황의조 발탁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또한 부상에서 막 회복한 백승호와 소속 구단으로부터 전지훈련 차출이 거부돼 몸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이강인 발탁은 김학범 감독에게 무리한 요구였을 것이다.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석현준과 이강인도 직접 SNS를 통해 "발탁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감독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김 감독의 선택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인사이트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 뉴스1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라 성인 대표팀과 리그 등 한국 축구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현재 대한축구협회는 공석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에 외국인 명장을 선임하겠다는 목표 아래 여러 감독들과 접촉 중인 상태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2019 AFC 아시안컵' 우승이다.


지금처럼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발탁에 "감 놔라 배 놔라"하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낸다면 어떤 외국인 감독도 '독이 든 성배'를 쥐려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도를 넘어선 비판을 경험한 국내 지도자 A씨는 인터뷰를 통해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해도 감독도 사람이기 때문에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감독이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선수를 뽑고 전술을 가동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팽배한 상황이다.


인사이트신태용 감독 / 뉴스1


그동안 우리는 참 많은 감독들을 의심의 눈초리 하나만으로 놓쳐왔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장현수가 큰 실수를 저지르자 일부 축구팬들은 그를 발탁한 신태용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장현수는 슈틸리케 전 감독이 선발해 키운 인물로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 그를 대체할 인물은 없었다.


장현수의 기용은 당시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축구팬들은 "인맥 축구의 종말이다"라는 비난으로 신태용 감독을 깎아내렸다.


인사이트뉴스1


이날 김학범 감독도 이미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예측이라도 하듯 선수 명단과 함께 주 포메이션과 포지션마다 선수 이름이 가득한 자료를 공개했다.


축구 철학이 빼곡히 담긴 자료를 굳이 공개한 이유는 어쩌면 자신의 선택을 믿어달라는 무언의 신호였을지 모른다.


현재 큰 기로에 서있는 한국 축구.


박지성과 기성용도 앞으로의 4년이 한국 축구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라고 언급할 정도로 새로운 감독 선임부터 시스템 구축까지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감독에게 조금의 신뢰조차 줄 수 없다면 우리는 '2002 한일 월드컵'의 추억에 젖어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의 성장을 바라만 봐야 한다.


인사이트뉴스1


물론 선수 선발에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권한인 '선수 발탁'부터 존중해줘야 감독도 최선의 실력을 낼 수 있다.


이런 믿음은 김학범 감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될 새로운 감독에게까지 이어져야 한다.


만약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선수 발탁 논란에 뜻을 굽혔다면 지금의 박지성은 절대 존재하지 못했다.


아무런 프레임 없이 감독을 믿고 따라줄 때 우리는 '제2의 박지성'을 발굴할 수 있고, 2002년의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