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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정신병원보다 무섭다는 흉가 '경산 안경공장'의 참혹한 진실

곤지암 정신병원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귀신 출몰지로 꼽히는 '경산 안경공장'에 얽힌 끔찍한 실화를 소개한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같이 간 친구가 무언가에 씐 듯 이상해졌다", "두 눈으로 직접 귀신을 봤다"


곤지암 정신병원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흉가로 꼽히는 장소가 있다. 경북 경산에 위치한 경산 안경공장이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언제부턴가 이곳은 담력 체험 마니아들에게 성지가 됐다. 떠도는 소문 내용은 이렇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과거 이곳에는 섬유공장이 있었다. 원인 모를 화재가 계속 발생하며 공장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후 구두공장이 들어섰다. 구두공장도 알 수 없는 화재와 악재의 연속으로 망하고 말았다. 역시 사장은 자살했다고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안경공장이 들어섰다. 이번 사장은 직원들 기숙사에 불을 질러 수십 명을 죽이고 자신 또한 자살했다. 그렇게 안경공장은 흉흉한 소문과 함께 폐업했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곳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관해 인근 주민들은 '뼈가 나오는 동굴'의 귀신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공장 터 뒤에 위치한 수직 동굴, 경산 코발트 광산이 바로 그 '뼈가 나오는 동굴'이다.


1930년대 일제가 코발트 채굴을 위해 개발한 이 수직 동굴에는 사실 단순한 귀신 괴담보다 더 끔찍한 실화가 얽혀 있다.


남북 간 이념 대립이 극심했던 1949년이었다.


당시 남한 정부는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국민보도연맹이라는 단체를 만든다. 이들의 정치 성향을 인도하겠다는 취지에서 탄생한 단체였다.


연맹에 소속된 이들 중에는 실제로 남측 정권과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도 있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옷이나 음식을 주었다가 가입을 강요당한 이들도 많았다. 


개중에는 식량을 준다는 말에 혹해 단체에 가입한 경우도 있었다. 사실 좌익 사상과는 무관한 농민들, 즉 민간인이 대다수였다.


인사이트굳게 닫힌 광산 철문 / 뉴스1


이후 국가는 조직적으로 보도연맹 회원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학살은 국군과 극우폭력단체에 의해 자행됐다. 학살 방법은 주로 총살이었다. 야산, 바다, 폐광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희생자 수는 전국적으로 최소 10만에서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는 아이를 데리고 있던 부녀자들도 포함됐다.


그 대학살의 장소 중 하나가 경산 코발트 광산 수직 동굴이었다. 


보도연맹이 조직된 이듬해인 1950년 7월. 집에서 쉬고 있던 대구·경북 지역의 보도연맹 회원들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동굴 앞으로 끌려갔다. 


이들과 당시 대구형무소에 있던 재소자까지, 유가족 추산 총 3,500여 명이 국군에 의해 집단 학살됐다. 계절이 바뀔 때까지 두 달간 이어진 긴 학살이었다.


학살 방식은 더욱 잔인했다. 희생자들의 몸을 굴비 엮듯 줄줄이 밧줄로 묶어 동굴 앞에 세운 뒤 일부 인원에게만 총구를 겨눴다. 


사망한 인원이 중심을 잃고 수직 갱도로 추락하면서 산 사람들도 같이 딸려 떨어졌다. 누군가의 딸, 아버지, 남동생이 그대로 집단 암매장됐고 진실은 그렇게 묻혔다. 


인사이트광산에 여전히 널브러져 있는 유골들 / 뉴스1


마을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학살 이후 이 지역 개울은 1년간 핏빛이었다고 전해진다.


오랜 시간이 지나 광산 근처에 공장들이 들어왔다.


1988년 안경공장 '국제광학'이 들어섰다가 1997년 부도로 문을 닫았고, 이후 '경산 안경공장'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괴담이 퍼지게 되면서 담력 체험지로만 남고 가슴 아픈 역사는 묻혔다.


안타까운 건 이것만이 아니다.


시간이 오래 흘러 2005년에서야 희생자들의 유골 발굴이 이뤄졌다. 총 3회에 걸쳐 광산에 묻혀있던 유해 420여 구가 발굴됐다.


아직도 3,000여 구의 유골이 남아있는 이곳. 현재 안경공장 자리에는 골프장과 요양병원이 들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