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경남교육청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즈그가 내게 몹쓸 짓을 해놓고서는 안 했다카니 원통해서 어찌 눈을 감겠나...."
살아생전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사과를 받기 원하셨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가 향년 101세 나이로 새벽 4시 눈을 감으셨다.
1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김복득 할머니가 건강 악화로 별세하셨다고 밝혔다.
김복근 할머니가 떠나심에 따라 현재 정부에 등록돼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7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Facebook 'womenandwar'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일찍 여읜 김복근 할머니는 22세 되든 해 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필이핀 등지로 끌려가 일본군의 끔찍한 만행을 겪어야만 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들 고초를 겪은 김복근 할머니는 이후 7년이 지나서야 고향인 통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고향 땅을 밟은 김복근 할머니는 1994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정부에 공식 등록하고 국내외 증언 집회에 참여하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는데 앞장섰다.
김복근 할머니의 소원은 단 하나였다.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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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김복근 할머니는 "일본이 사과를 한다면 노래를 부르고 춤추고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즈그(일본 정부)는 안 했다카고 그게 원통해서, 일본이 사죄를 해야 죽어도 내 눈을 감겠다"며 "내 한을 풀어주는게 그게 제일 아니겠나"고 말을 잇지 못하셨다.
김복근 할머니는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불편한 거동에도 불구하고 수요시위와 피해자 인권캠프에 참석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제 목소리를 내셨다.
평소 "나는 돈도 필요 없다. 일본이 참말로 사죄만 한다면 나는 편히 눈을 감고 갈 수 있겠다"며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겠다"고 말씀하셨던 김복근 할머니.
사진제공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복근 할머니는 그토록 원하셨던 일본 정부로부터의 진심어린 사과를 끝내 받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
정대협 관계자는 "오랜 병원생활을 하시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힘을 내셨으나 최근 급격히 건강이 악화됐다"며 "고통과 아픔을 모두 잊고 편안히 잠드시길.."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은 "올해 들어 벌써 다섯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떠나보내게 됐다"며 "고인께서 가시는 길에 최대한의 예의를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복득 할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기 위한 빈소는 경남도립통영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