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저를 왕따시킨 주동자가 같은 학교로 전학 왔습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SOS - 우리 학교를 구해줘'


[인사이트] 전현영 기자 = 지옥처럼 끔찍했던 왕따가 끝난 줄로만 알았던 고등학생 A씨.


왕따를 피해 도망 온 고등학교에서 A씨는 다시 주동자를 만나게 됐다.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왕따 주동자와 재회하게 된 한 고등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중학교 시절 심하게 왕따를 당했던 A씨는 도망치듯 살던 곳을 떠났다.


지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생활하게 된 A씨는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SOS - 우리 학교를 구해줘'


그러던 어느 날, 전학생이 왔다는 소식에 새 친구를 보러 간 A씨는 심장이 멎을 것처럼 놀라고 말았다.


새로 온 전학생이 중학교 시절 자신의 왕따를 주도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밝게 인사하는 왕따 주동자의 모습에 A씨는 공포와 불안으로 벌벌 떨게 됐다.


왕따를 당했다는 소문이 퍼져 이를 알게 된 친구들이 자신을 멀리할까 두려운 나머지 A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A씨는 "내가 왕따였다는 소문이 다 퍼지면 더는 피할 곳이 없어 죽고 싶을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학교 2017'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전학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 소속 학교로 다시 전학 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전학 명령이 떨어져도, 인근의 고등학교에 배정돼 사실상 피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A씨의 사연처럼 두려움에 왕따 사실을 알리지 못한 경우에는 법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다. 


왕따를 당하는 학생은 매일 생지옥에서 하루를 버티는 셈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학교 2017'


이를 방치하면 극단적일 경우 왕따 피해자 학생의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과거 대구의 한 고교생이 자살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고개를 파묻고 우는 CCTV가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왕따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해도 제대로 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 


소속 집단에서 당한 왕따는 평생의 상처로 남는다. 피해 학생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