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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1995년 6월 29일은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날이었다.
당시 초호화 쇼핑몰로 매출액 기준 대한민국 업계 1위를 달리던 서울 서초구의 삼풍백화점은 그날도 어김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그곳에서 한국 역사상 최악의 건물 붕괴사고가 일어나 502명의 사망자와 937명의 부상자, 6명의 실종자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고는 오후 5시 57분경, 느닷없이 울린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시작됐다.
당시 붕괴 상황을 보도한 방송사들 / MBC
1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던 대형 백화점 건물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무너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0초 남짓이었다.
무고한 시민들이 그대로 매몰돼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이들도 대부분 피범벅이 된 채 구조됐다.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들은 트라우마로, 순식간에 가족과 형제를 잃은 유족들은 절망과 슬픔으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끔찍한 참사의 원인이 다름 아닌 '부실공사'에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붕괴 상황을 보도한 방송사들 / MBC
삼풍백화점 시공을 맡은 삼풍건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건축 과정에서 내부 벽을 없애고 기둥을 가늘게 하는 등 비상식적이고 위험한 방식으로 시공했다.
또 무리하게 5층을 확장 공사하면서 여기에 배수로와 콘크리트, 냉각탑 등을 설치해 건물이 도저히 무게를 버틸 수 없도록 만들었다.
수많은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이 같은 부실공사는 삼풍건설 측과 관련 부처 공무원들 간의 결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희생자 가족뿐 아니라 전국민이 분노했지만, 참사의 책임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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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준 전 삼풍건설 산업 회장은 고작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불법 건축을 허가해준 관련 부처 공무원 약 20명에게는 징역과 금고형이 내려졌다.
심지어 이들 중 실형을 선고받은 공무원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23년이 지났다.
비리와 부실공사, 그리고 안전불감증. 우리 사회는 사고가 일어난 그날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