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빡치미'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대기업 휴대폰 하청업체 공장에서 일했던 20대 청년이 3주 만에 시력을 잃었다.
원인은 공장에서 사용된 '맹독성 물질' 메탄올. 청년은 하루아침에 건강했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지만, 이를 책임지겠다는 자는 없었다.
지난달 22일 방송된 EBS '빡치미'에서는 삼성 휴대전화 공장에서 일했던 김영신씨가 출연해 노동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우리나라 산업환경의 심각성을 알렸다.
김씨는 2015년 1월, 삼성 휴대전화 부품 하청업체에서 휴대전화 만드는 일을 했다. 2주동안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하루 12시간씩 고된 노동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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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주가 흘렀을 시점 김씨는 몸이 좋지 않아 조퇴를 했고,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났을 때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갑자기 흐릿해진 시야에 병원을 찾았지만 처음엔 원인을 알지 못했다. 영문도 모른 채 2016년 김씨는 2급 시각 장애 판정을 받았다.
사고 1년 반 만에 김씨는 시력 저하의 원인이 메탄올 중독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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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올은 과다 노출 시 중추신경계, 시신경, 소화기계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그보다 안전한 에탄올이 있지만 단가가 높아 대부분의 하청업체에선 메탄올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의 사업장에서 메탄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1,000~2,000ppm이 나왔다.
보통 평균 20ppm 이하가 정상이며, 안전 수준은 100pm이다. 메탄올 농도가 안전 기준보다 최소 10배, 최대 100배에 달하는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셈이다.
김씨처럼 지금까지 메탄올로 시력을 잃은 피해자는 7명이다. 집계되지 않은 피해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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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이 안전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씨가 일했던 곳은 대기업의 3차 하청업체였다. 삼성 등 원청회사는 산업재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모든 권한을 하청업체에 위임했다는 게 그 이유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5차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는 나 같은 청년이 최소 5명이 더 있다. 아무런 응답도, 아무런 사죄도, 아무런 보상도 없었다 정부에서도, 기업에서도 정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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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의 목숨은, 우리의 목숨은 기업의 이익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하청노동자의 사망비율은 2014년 39.9%에서 점차 늘어 2016년엔 42.5%를 기록했다.
목숨을 담보로 해야하는 외주화를 하루빨리 근절하고 원청의 책임을 높이는 법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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