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군에서 '폐암' 걸려 사망한 남편은 국가유공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조국에 젊음을 바치는 군인을 위해 더 나아지겠다고 약속하는 정부. 그러나 대한민국은 변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15일 SBS 8뉴스는 세 달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유호철 대위의 사연을 전하며 '국가유공자'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하는 현실에 대해 고찰했다.


정보통신병과에 배치되며 지난 2008년 입대한 유 대위는 신체검사에서 1급을 받을 정도로 건강했다.


그런데 그런 유 대위가 2014년 폐암 4기를 판정받았다. 가족력도 없었을 뿐더러 평소 술, 담배는 일절 하지 않았던 그에게는 너무도 갑작스런 일이었다.


인사이트SBS


폐암의 원인은 한 가지, 근무 중 수시로 석면이 들어간 천장 마감재를 뜯으며 통신선을 깔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군은 "폐암이 공무 수행과 관련이 있다"며 공상 판정을 내렸고 유 대위는 그 길로 전역했다.


하지만 군복을 벗자 상황은 달라졌다. 가족들을 위해 유 대위가 국방부에 상이연금을 요청했지만 군은 지급을 거부했다.


국가보훈처마저 국가유공자 신청을 기각했다. 석면과 폐암의 연관성은 있으나 작업 기간, 노출 강도 등에 따른 영향을 밝힐 수 없다는 게 기각 사유였다.


인사이트SBS


결국 유 대위는 홀로 아픈 몸을 이끌고 관련 증거를 모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했다.


2년이 넘는 공방 끝에야 2심 재판부는 유 대위의 손을 들어줬고 국방부는 상이연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끝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보훈처와의 소송 중 판결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월 26일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제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은 아이와 함께 남겨진 유 대위 아내의 몫이 됐다. 아내는 남편의 명예를 위해 계속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인사이트SBS


K-9 자주포가 폭발해 전신 화상을 입어도, 작업을 하다 암 환자가 돼도 나라를 위해 몸 바쳐 일하다 스러진 군인들에게 돌아오는 건 냉대 뿐이다.


군인에 대한, 희생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예우를 갖추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