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직원 모두 원하는데도 스타벅스가 '진동벨'을 거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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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5일 오후 1시. 직장인 A씨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 먹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긴 줄을 서서 어렵게 커피를 주문한 후에도 계산대 근처에서 계속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진동벨 없이 고객과 스킨십 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시끄러운 계산대 앞에서 '영수증 번호'가 불릴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다 보면, 쉰 목소리·지친 표정으로 'ㅇㅇ번 고객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직원을 발견할 수 있다.


# 일주일에 서너 번씩 스타벅스에 간다는 대학생 B씨는 2층짜리 스타벅스 건물에 방문할 때마다 진이 빠진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1층에 계산대가 있는데, 어렵게 2층에 자리를 잡아도 음료가 나올 때까지 계산대 앞에 서서 기다려야 한다. 


B씨는 "손님이 몰리는 시간이면 20분 넘게 대기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수년간 개선 안하는 스타벅스의 배려없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스타벅스


업계 1위 스타벅스는 타사와 달리 '진동벨' 없는 매장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1982년 스타벅스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던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지방 소규모 카페의 직원이 고객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을 우연히 본 뒤부터다. 스타벅스는 그때부터 직원이 고객의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스킨십하는 것을 '경영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행히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는 직원과 고객이 커뮤니케이션하는 스타벅스의 경영 철학이 어느정도 잘 이어져 오고 있다. 해외 스타벅스에 방문하면 직원이 고객의 이름을 물은 후 컵에 적는다. 이후 직원은 음료가 완성되면 고객의 이름을 부르며 커피를 직접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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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스타벅스의 '진동벨' 없는 정책이 이상하게 변질됐다.


한국 스타벅스는 고객의 이름 대신 '영수증 번호'로 부른다. 고객이 이름 또는 닉네임으로 불렀을 때 불편해 한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할일이 많이 쌓인 스타벅스 직원은 고객이 음료를 찾아가기도 전에 뒤돌아 자기 할일 하기에 바쁘다. 고객은 카운터에 덩그러니 놓인 커피를 홀로 주섬주섬 챙겨 자기 자리로 쓸쓸히 돌아간다.


스타벅스 측의 주장대로라면 이 과정에서도 직원과 고객 사이에 '유대감'이라는 것이 형성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진동벨'만 존재하지 않아 불편할 뿐, 직원과 손님 간 친밀도는 쌓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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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벨'은 사실 일하는 바리스타 입장에서도 절실하다.


스타벅스 직원은 수십명이 수다를 떨고 있는 시끌벅적한 공간에서 큰 목소리로 '고객 영수증 번호'를 외쳐야 한다.


그나마 한번 부를 때 고객이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간혹 여러번 목놓아 불러도 도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손님이 있다.


이 때문에 오후가 되면 목이 쉬는 경우가 많다.


실제 스타벅스에서 2년간 일했던 C씨는 "본사에서는 진동벨이 직원과 손님 사이의 교감을 방해한다고 하는데, 진동벨이 없어도 고객과 소통할 수 없었다"며 "직원은 직원대로 목만 아프다. 고객 입장에서도 편하게 앉아 기다릴 수 없어 짜증만 날 것"이라고 정책 효용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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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타벅스도 이 같은 고객의 불편을 잘 알고 '사이렌 오더'라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만든 상황이다. 사이렌 오더는 주문부터 결제까지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음료가 나오면 애플리케이션에 '알람'이 뜬다.


그러나 이 역시 가입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고, '고객과 직원의 소통'이라는 스타벅스의 경영 철학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이렌 오더를 이용해도 직원이 고객에게 직접 음료를 제공하는 방식은 그 전과 동일할 뿐더러, 이를 이용하는 고객도 평균 10% 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고객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요구하는 것은 '유대감'이 아니다. 


실질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은 '커피의 맛'과 '편안한 장소 제공'이 카페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스타벅스 관계자도 매우 잘 알고 있다.


스타벅스 홍보팀 관계자는 인사이트에 "우리 나라의 현실이 직원과 고객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진동벨'이 스타벅스 문화와 반대되고, 위생적인 문제가 있어 도입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같은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 역시 국내 유일의 음료를 선보이는 등 꾸준히 현지화 시도를 해온 스타벅스이기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또 위생 문제의 경우는 소파, 식탁 등 스타벅스에 있는 모든 집기에도 해당되는 부분이라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인사이트


전국에 11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업계 최로로 매출 1조2,634억원, 영업이익 1,144억원을 돌파했다.


원형 진동벨은 개당 7만8천원정도면 구입 가능하다.


매장 당 10개씩 도입한다고 가정, 유지 및 도난 비용까지 고려하면 한 매장 당 1백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를 1100개의 매장으로 계산하면 약 10억1천만원 정도가 든다.


매출 1조2,634억원을 달성한 스타벅스가 연간 영업이익의 1%인 10억1천만원이 아까워 진동벨을 도입 안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아니 사실, 스타벅스가 '진동벨을 도입해달라'고 고객이 강하게 요구하는데도 본사 방침과 달리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라,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인사이트스타벅스코리아 이석구 대표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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