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교통사고로 숨진 11살 초등학생의 시신이 한 야산 계곡에서 발견됐다. 부검을 시작했다.
그 결과, 담당 형사들마저 너무 놀라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아이 시신에서 뜬금없게도 지름 5mm의 공기총의 납탄이 발견된 것이다.
9년 전 오늘인 2009년 6월 12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당시 40대 남성 A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앞서 A씨의 지인이 경찰을 찾아갔다. 지인은 경찰에 최근 뺑소니 사고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A씨가 술자리에서 "아이를 죽이고 산에 버렸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경찰에 긴급체포된 A씨. 이미 과거 음주 운전으로 적발돼 면허 취소, 즉 무면허 상태였던 A씨는 사고 당시에도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A씨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A씨는 "겁이 났다"며 운전 중 아이를 치었고, 교통사고로 즉사한 아이를 계곡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거짓이었다. 장례를 채 다 치르기도 전 아이의 부모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아이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니라 총에 맞아 살해됐단 사실이었다.
피해자의 정확한 사인은 머리와 가슴에 관통한 총상이었다. 범인은 겁 많은 뺑소니범이 아니라 잔인한 살인자였다.
진상이 드러나자 A씨는 "B군이 심하게 다쳐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숨진 것으로 착각하고 시신을 유기하려 했는데, B군이 신음하길래 공기총으로 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또한 거짓이었다. 사건 당일 촬영된 CCTV 속, 아이는 사고 이후에도 멀쩡히 걸어 다니는 모습이었다.
실제 당시 CCTV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CCTV는 사고 직후 범인이 아이를 데려간 병원에서 찍힌 영상이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왜 병원까지 데려간 아이를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한 것일까.
범인은 이 물음에 단 한마디 대답을 했다고 알려졌다.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발각될까 봐 두려웠다"
음주운전이라는 잘못을 감추기 위해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 범인.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지난 2009년 6월 4일 A씨는 만취한 채 자신의 차를 몰고 광주 북구 일곡동의 한 아파트 앞을 지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 4학년 B군을 들이받았다. 작은 충격이었고, B군은 스스로 일어선다.
당시 목격자는 "아이가 머리에 피를 조금 흘렸지만 멀쩡하게 일어서서 걸어 다녔다"고 증언했다.
B군의 몸에서 발견된 총상 흔적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A씨는 경상을 입은 B군을 차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이상이 없는지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병원 진료시간이 마감된 상황이었다.
A씨는 이때 B군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인테리어 업자였던 A씨는 생업을 위해서 운전이 필수였다. 이미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상태였기에 이번에 적발되면 영영 운전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A씨는 진술했다.
병원에서 나온 A씨는 B군을 조수석에 앉히고 외진 산길로 차를 몰았다. 위험을 직감한 B군이 울며 애원한다. "아저씨, 한 번만 살려 주세요"
그러나 A씨는 목적지에 도착하자 뒷좌석에 들어있던 사냥용 공기총을 꺼내 들고, 6발을 연사로 발사, B군을 살해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리고 돌아와 또 다른 술자리에서 태연하게 범행을 들먹거렸다. 함께 있던 지인이 이를 듣고 신고해 결국 체포된 A씨의 범죄는 그렇게 음주운전으로 시작해서 술자리로 끝났다.
같은 해 8월, 광주지법 형사2부는 검찰의 사형 구형을 감형해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일 범인.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어린이를 살해하고, 체포 후에도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한 범인.
2009년 당시 담당 형사는 "A씨가 본인 스스로도 '왜 이렇게 됐는지, 사고 났을 때 차라리 차에 안 태웠으면 됐을 텐데'라며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쯤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참회하고 반성하고 있을지, 그 점은 A씨 본인만이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