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메디컬다큐-7요일'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자신이 떠나면 홀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내야 할 어린 딸.
그런 딸에게 더욱 따끔하고 매정해질 수밖에 없었던 말기암 엄마의 속내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 4월 30일 방송된 EBS '메디컬다큐-7요일'에서는 90년대 댄스 가수로 활약한 '쎄쎄쎄' 멤버 임은숙 씨의 유방암 투병기가 그려졌다.
한때 화려한 무대를 누비며 가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은숙씨는 활동을 접은 뒤 운동에 전념했다.
보디빌더 대회를 준비할 만큼 건강을 자부했던 그에게 갑자기 '암' 선고가 떨어졌다.

EBS '메디컬다큐-7요일'
유방에서 시작된 암세포는 다른 장기로 퍼져나갔고, 병은 갈수록 악화됐다. 이제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기운이 없어 삼키지 못할 정도다.
그런 은숙씨에겐 7살 난 어린 딸 세빈이가 있다. 이혼 후 홀로 세빈이를 키워온 은숙씨는 자신이 아픈 것보다 혼자 남겨질 딸 걱정에 눈물이 마르질 않는다.
어떻게든 딸과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어 은숙씨는 매일 아침 아픈 몸을 이끌고 딸의 유치원 등교를 배웅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딸이지만 은숙씨가 모진 마음을 먹게 될 때가 있다.
어린 세빈이는 머리를 감는 것도, 숙제를 하는 것도 모두 엄마와 하고 싶다. 할머니가 대신 머리를 감겨 준다고 하자 세빈이는 투정부터 하고 나선다.
은숙씨는 혹시나 딸아이가 버릇없다는 소리를 듣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EBS '메디컬다큐-7요일'
은숙씨도 얼마나 세빈이를 아껴주고 싶겠는가. 하지만 엄마이기에, 은숙씨는 세빈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혀 따끔하게 혼을 낸다.
"세빈이가 엄마 기분 좋게 해줘야 엄마가 아픈 거 낫지 않을까?"라고 묻자 세빈이는 섭섭한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엄마의 속내도 모르고 속상해하는 세빈이를 보면 은숙씨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딸이 결혼 할 때까지 살고 싶다는 은숙씨의 바람과 다르게 병세는 깊어져 갔고, 이별의 시간이 두 모녀에게 찾아왔다.
몇 번의 항암치료를 거듭하며 은숙씨는 마지막까지 딸을 위해 생명의 끈을 붙잡았으나 끝내 지난 4일 눈을 감았다.
향년 45세.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딸만을 생각했던 은숙씨의 영면에 평온함만이 깃들길 많은 이들이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