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단어까지 써가며 후배들 감싼 기성용이 보여준 '캡틴의 품격'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0-0.


7일 오후 9시 10분(한국 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거둔 성적이다.


이날 대표팀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사실상 2군이었던 볼리비아를 상대로 통쾌한 승리가 기대됐지만 90분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0-0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패배나 다름없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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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이었던 지난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전 1-3 패배에 이어 볼리비아 전에서도 졸전을 거듭하자 팬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또한 비판도 이어졌다.


뼈아픈 결과와 쏟아지는 비판에 대표팀 선수들은 당연히 고개를 숙였고, 특히 '주장' 기성용이 가장 힘들어 보였다.


기성용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팬들에게 항상 똑같은 얘기를 했다. 기대해 달라고, 최선을 다하겠다고"라며 "그런데 돌아보니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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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기성용은 인터뷰 때마다 국민들의 성원에 부응하는 결과를 얻겠다고 말해왔다. 이는 선수들의 사기 진작과 함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주장'의 현명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큰 우려를 샀고, 볼리비아 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면서 그가 해왔던 말들은 모두 '선의의 거짓말'이 됐다.


결국 기성용은 국민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에 선수들을 대표하는 주장으로서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말을 통해 대표팀을 향한 모든 비판을 자신이 감내하겠다고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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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기성용은 동료들은 탓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오히려 선수들을 두둔하며 국민들의 성원을 다시 한 번 더 당부했다.


기성용은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느낀다. 월드컵에 처음 나가는 친구들도 많다"면서 "월드컵이 끝나고 모든 게 잘못됐을 때 선수이자 주장으로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거다. 지금은 선수들이 월드컵을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분명 기성용은 주장이 받는 엄청난 압박 때문에 주장 완장을 던져버릴까 하는 마음도 여러 번 가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선수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며 동료들을 감싸주고 있다. 주장의 임무에 충실한, 책임감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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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마냥 천사인 것은 아니다. 1-3으로 패한 보스니아 전 당시 라커룸에 선수들을 모아놓고 장시간 쓴 소리를 내뱉었고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렇듯 기성용은 대표팀 내에선 '악역'을 자처하며 기강을 다지면서도, 외부에서는 팀원들을 결속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주장의 무게감 그리고 주장 완장의 무게.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홍명보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박지성이 차고 성공으로 이끌었던 이 주장 완장의 무게는 기성용에게 분명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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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성공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겪은 바 있기에 기성용이 현재 느낄 책임감은 그 누구보다 클 것이다.


또 사람이기에 대표팀을 향한 비판이 가슴 아플 것이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묵묵히 참고 또 참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니 우리 축구 팬들은 이제 비판을 멈추고 기성용의 이 같은 묵묵한 걸음에 동참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말처럼 대표팀에 대한 비판은 월드컵이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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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우리 선수들은 기성용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열심히 뛰어 주장 완장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손흥민·정우영 불화'와 같은 보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표팀의 주장이 주눅 들지 않은 '당당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열정과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줘 국민들의 박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이번 월드컵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성용이 있기에 희망을 걸어본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며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We, the R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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