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잠시나마 곁에 와줘서 너무 행복하고 고마웠어. 잊지 않고 기억할게..."
63번째 현충일이었던 지난 6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는 '428030,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를 주제로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이 거행됐다.
숫자 '428030'은 전국 10개 국립묘지에 안치된 안장자 수를 의미한다.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세웠다는 뜻에서 정부는 이같은 주제를 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립대전현충원의 경우 독립, 참전유공자뿐 아니라 순직한 소방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묘역이 조성돼있는 공간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그런 이날 추념식의 마지막 순서는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이었다.
대전에는 얼마 전 동물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임무 중 사고로 순직한 故 김신형 소방장, 故 김은영 소방사, 故 문새미 소방사의 묘가 자리 잡고 있다.
세 사람은 지난 3월 도로를 활보하는 유기견을 포획해달라는 신고에 충남 아산 43번 국도 현장에서 수습하던 중 25t 트럭의 추돌로 숨졌다.
이들 중 김신형 소방장은 지난해 말 동료 소방관과 결혼해 신혼 6개월 차에 접어든 신혼부부였으며, 김은영과 문새미 소방관 교육생은 임용시험에 합격해 정식 임용을 불과 2주 앞두고 실습을 진행하던 상태였다.

유족들과 동료 소방관들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묘를 함께 방문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했던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렸다.
박지은 소방사 등 고인들의 동료들은 눈물을 참느라 떨리는 목소리로 회고사를 낭독하며 남은 몫까지 소방관들의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함께 한 유족들 또한 울음을 삼키며 사랑하는 이를 추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후 유족들에게 태극기와 함께 국가유공자 증서를 전달하며 국가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소방관들을 보답하고 책임지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실 교육생 신분으로 사고를 당한 故 김은영, 문새미 소방사는 정식 임용 전이라는 이유로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할 뻔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5월 소방청은 '임용 예정자가 실무수습 중 소방공무원과 동일 또는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때에는 그 사망일의 전날을 임용 일자로 한다'는 내용의 소방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은 현충일 1주일 전인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두 소방사는 순직을 인정받게 됐다.
이렇듯 남은 유가족과 동료의 눈물이 헛되고 외롭지 않도록,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 영면에 든 순직 소방관들을 오래 기억하고 추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