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직원 폭행·폭언 논란' 한진 이명희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유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 판사는 4일 4일 오전 특수폭행·특수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이날 오후 11시쯤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 판사는 "범죄 혐의 일부의 사실관계,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한 시점과 경위, 내용 등에 비춰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 사실에 관한 증거 인멸을 시도하였다고 볼 수 없다"면서 "그밖에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종합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이사장은 대기업 총수 부인으로 처음으로 구속되는 불명예는 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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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이 기각되면서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 전 이사장은 이날 오후 11시 42분께 유치장에서 나와 귀가했다.


이 전 이사장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죄송하다.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라고 말했고,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느냐'는 질문에도 "거듭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이어 '직원 폭행한 부분을 인정하느냐', '외국인 가사도우미 혐의에 대해 어떻게 소명할 것인가'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특수상해와 상해, 특수폭행,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상습폭행, 업무방해, 모욕 등의 7가지 혐의로 경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같은날 서울중앙지검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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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1명의 피해자에게 24차례에 걸쳐 폭언을 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했고, 경찰 수사 당시 피해자 11명 중 1명만 이 전 이사장의 처벌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 시점에 피해자의 절반 가까이가 이 전 이사장 측과 합의를 했고 이에 기각 사유 중 하나로 피해자들과의 합의가 제시됐다. 피해자들과의 합의는 영장 기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 전 이사장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경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원이 구속 사유인 증거 인멸이나 도망 염려뿐 아니라 영장에 적시된 일부 사실관계나 법리에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영장 기각으로 경찰과 검찰, 세관, 출입국당국 등에서 전방위로 진행 중인 한진그룹 수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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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법원으로부터 관련 수사 기록 전체를 넘겨받아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이 전 이사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5일 오전 성명서를 내고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녹취와 영상만 봐도 이명희가 갑질을 넘어 일상적인 폭력을 행사했음이 명백하다"며 "도대체 법원은 어떤 구체적인 사실이 더 있어야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여길 것인가"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을 평범한 시민이 공격하면 초범도 바로 구속이 되지만 갑중의 갑인 재벌가 사모님의 직원 폭행은 진술에 불과하니 소명이 부족하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본래 법을 갑들이 만들었고 법원도 그들의 편일 때가 더 많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며 "이명희가 당연히 구속될 것이라 믿은 우리가 순진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