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트레이트'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또 실시간 검색어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3일 방송에서 네이버가 삼성에 부정적인 실시간 검색어를 의도적으로 배제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에 따르면 '스트레이트'는 지난달 6일 "삼성이 오래 전부터 전경련을 거쳐 우파 단체를 육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 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는 '장충기(前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키워드가 등장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키워드는 12분 만에 사라졌다.
MBC '스트레이트'
다른 포털 사이트인 다음에서 해당 키워드가 약 8시간 동안 상위권을 유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4월 22일에는 '스트레이트'가 삼성이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고 맞불 집회를 주도한 단체에 자금을 후원한 사실을 보도했고, 당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전경련' 키워드가 등장했다.
장충기前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 뉴스1
하지만 이 키워드도 '장충기'와 마찬가지로 19분 만에 사라졌다. 다음에선 '전경련' 키워드가 3시간 넘게 10위권에 머물렀다.
'스트레이트'는 두 차례의 방송에서 두 키워드가 빨리 사라진 것은 물론 핵심 키워드였던 '삼성'은 아예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 대신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키워드는 '매생이국'이었다.
MBC '스트레이트'
포털 사이트를 연구하는 한소연 호주 시드니 대학교 교수는 "방송일 앞뒤로 사흘간 상위 20위에 오른 검색어는 1,792개로 평균 45분간 차트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12분, 19분 만에 사라진 '장충기', '전경련' 키워드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이어 "구글이 여론 조작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 이유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보여주고 확실한 검색량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네이버 역시 여론 조작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데이터를 확실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스트레이트'에 "취재진이 사용한 공개 데이터는 비교 대상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의 실제 검색량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검색량으로 검증하자는 '스트레이트' 측의 제안은 실무진들의 부담을 들어 거절했다.
'스트레이트'를 진행하는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결과적으로 삼성의 불법과 비리를 네이버에서 가려주고 숨겨줬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네이버의 여론 조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네이버는 정부가 요청할 경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특정 키워드를 삭제·제외할 수 있었고, 또 자의적으로 연관 검색어와 자동 완성 검색어를 삭제한 사실도 알려졌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 뉴스1
네이버는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검색어를 삭제했다고 해명했지만 '김동선 정유라 마장마술', '박근혜 7시간 시술'이란 연관 검색어가 삭제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공정성 논란과 여론 조작 논란이 거세게 일자 네이버는 지난달 9일 뉴스 편집권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날 "올해 3분기 이후부터 네이버는 더 이상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네이버가 해오던 뉴스 편집 권한을 포기하고, 댓글 여론 조작을 막기 위한 아웃링크 전환 등 구조 개편도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네이버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며, 언론계와 정치권은 관련 보도 및 정책을 내놓는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